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부와 재계간 공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공방이 최근들어 더욱 날카로워지고, 전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 역할이 기업에 대한 직접규제에서 시장을 통한 간접규제로 가야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위상과 권능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강화돼 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재벌이 경제를 지배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입장. 반면 재계는 기업을 규제대상으로만 보는 공정위의 뿌리깊은 ‘기업불신’이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SDS간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소송에서 삼성측이 승소하면서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기능과 공정거래정책의 기본틀을 다시 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 억제와 관련한 조항들이 대기업들을 지나치게 규제, 기업간 경쟁을 제한시켜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박사=현행 공정거래법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경쟁촉진’과 ‘경제력 집중억제’를 동일선상의 양대 목표로 정해놓은 것 자체가 큰 오류다.공정위는 경쟁촉진 기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은 내부거래를 통해 비용절감 등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본연의 속성인데도 공정위가 이에 대해 경쟁촉진과 동떨어진 잣대로 부당내부거래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 삼성SDS와 같은 사례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 규제조사본부장=공정위의 규제 기능이 여타 행정부처가 가진 기능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의 세금부과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다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삼중의 규제다.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정위의 기능과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공정위는 순수하게 경쟁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이규억 아주대 교수=공정거래법의 기본정신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아직도 공정거래정책은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이 강하다.공정거래법은 경쟁법으로 가야 한다.재벌규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재벌폐해를 우려해 그쪽에 중심을 두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만 자유기업원 부원장=공정위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보장과 시장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특히 30대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이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평등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차별적 규제를 통해 경쟁기업간 공정경쟁을 막는 것이다.
/ shkim2@fnnews.com 김수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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