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 PR본부 ‘눈물의 해체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06 06:26

수정 2014.11.07 13:36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멸망해 가는 고려를 일으켜세우지 못한 한 충신의 긴 읊조림이 6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01년 서울 종로구 현대 계동사옥에 울려퍼졌다.

한때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했던 현대그룹. 그런 현대그룹의 공식 대변인격이었던 PR사업본부가 지난 5일 저녁 30여명의 멤버들이 모여 눈물의 ‘해체식’을 가졌다.

이날 저녁 계동사옥 인근 음식점에서 시작된 해체식에는 IMF 관리체제에 접어들면서 PR사업본부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지난 98년 이후 멤버들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의 좌장은 당시 PR사업본부장이었던 이영일 현 디지털타임스 사장이었고 마지막 PR사업본부장을 역임(?)한 김상욱 상무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탄식을 나눴다.

PR사업본부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다른 계열사로 뿔뿔이 흩어져 새로 자리잡은 회사의 홍보를 위해 때로는 뜻하지 않게 맞서기도 했던 참석자들은 이날 만큼은 영화로웠던 PR사업본부의 과거를 회상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한 참석자는 “고려충신 길재의 ‘오백년 도읍지를’이란 시구처럼 숙연한 분위기 속에 현대그룹의 쇠락을 안타까워하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다”며 “그러나 현대그룹의 재기를 위해 헤어져 있더라도 최대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고 모임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을 축으로 소그룹화 됐으며 연말까지 한시적 기구로 남을 구조조정본부에 오동수 부장,안영민 부장,조우경 대리 등 3명의 옛 PR사업본부 멤버가 잔류, 최소한의 홍보기능을 맡게 된다.
김상욱 상무와 조병래 부장은 현대모비스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현대차 모 임원의 반대로 끝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 kubsiwoo@fnnews.com 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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