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박하기 그지없는 생활한복에 꽁지머리.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개발업체인 KAT시스템의 국오선 사장(39)은 첫인상부터 깔끔한 정장차림에 넥타이를 맨 기업 사장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회계사나 벤처기업 사장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엿볼 수 없다.그는 직원들로부터 ‘KAT교주’로 불린다.그의 독특한 옷차림 때문에 붙여진 애칭이다.
국사장은 공고 출신으로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0년 공인회계사(CPA) 자격을 취득한 입지전적의 인물.한때 산동회계법인에서 일하기도 한 그는 93년부터 개인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다 ‘제대로 된 회계관리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개인적 용도로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널리 보급시키자’는 취지에서 PC통신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사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버전업을 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습니다.결국 97년 KAT시스템을 설립,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삼성SDS를 비롯해 더존디지털웨어, 한국하이네트 등 선발주자를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길밖에 없었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서버나 데이터베이스 없이 웹기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리스마 웹’.지난 2월 출시된 이 제품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데이터베이스(DB) 서버와 분산형 서버가 필요 없어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사장은 “국내 중소기업 중 ERP도입을 위해 5000만원이 넘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며 “카리스마 웹은 비싼 인터넷 전용선 대신 비대칭가입자회선(ADSL)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유지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에 멈추지 않고 음성인식 ERP개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언제 어디서나 기업내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IMT-2000의 상용화에 맞춰 모바일 ERP로 무선인터넷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ERP업체들은 회사를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그러나 지금이라도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어 외국제품과 경쟁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최근에는 오라클 등에서도 중소기업용 ERP를 판매하기 시작,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은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투자에 인색했던 게 사실.국사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외국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특히 2002년에는 코스닥에 등록, 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사장은 “언제까지 외국산 ERP제품의 식민지로 마물러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우리 기업의 현실에 맞는 한국형 제품을 개발, 토종 ERP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오선 KAT시스템 사장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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