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변신하는 재계-포항제철(下)]이끌어가는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09 06:27

수정 2014.11.07 13:35


포항제철은 민영화되자마자 일약 ‘재계 7위그룹’이라는 명함을 받아들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계열사 14개, 자산규모 21조2280억원(지난 4월 기준)으로 한진그룹과 롯데그룹 사이에 자리를 차지하며 재계의 핵심멤버로 진입했다.

물론 포철은 오너기업이 아닌만큼 여타 그룹과는 사뭇 다르다. 오너가 소집하는 정기적인 회의 대신 매 분기별로 ‘출자사 경영전략포럼’이 열릴 뿐이다. 결국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제몫을 하는 그룹시스템이다.

오너가 없는 만큼 내로라하는 전문 경영인들이 포진해있다.
포철이 자신있게 철강사업 이외의 미래형 사업에 대해 진출의지를 천명하는 것도 수년전부터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탄탄한 계열사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1개의 계열사 CEO들은 전문경영인답게 글로벌기업 포철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철강관련 계열사의 CEO들=이궁훈 포스틸 사장(61)은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포철의 ‘재무통’이다. 공인회계사로 수치에 밝고 치밀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포스틸 관계자는 “지시한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를 보고받음으로써 직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마무리짓도록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수익성 위주의 실질경영을 중시하며 직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인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포철기연의 이원섭 사장(58)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 지난 70년 포스코 공채2기로 입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포철맨이다. 이사장은 열연부장, 포항제철소 부소장, 광양제철소 부소장(전무이사), 기술본부장을 거치면서 포철의 철강제조기술개발에 지대한 공로를 쌓았다.

특히 입사이후 압연생산라인의 운전,품질개선,설비합리화,제품의 보관관리 등 압연설비분야에 몸담아 그 분야의 최고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소탈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포용력과 친화력이 뛰어나 일본 철강업계와도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포항강판 곽무남 사장(59)은 목포상고, 전남대 출신으로 줄곧 기획관리자금 파트에서 이력을 쌓은 관리통이다. 대학졸업 직후 호남비료에 잠시 근무한 뒤 지난 71년에 포철에 입사했다. 경영기획실장,서울사무소장을 지낸 뒤 지금은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신세기통신에서 관리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이어 포스틸(상임감사),포철산기(지원본부장),도금강판(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99년부터 포항강판을 이끌고 있다.

곽사장은 이름(武男)에 걸맞듯 성격이 호방하고 체력이 강건하다고 한다. 특히 사장실 문을 열어놓고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직원 개개인의 건강관리나 재산 증식까지도 직접 챙겨주는 스타일이라고 포항강판 관계자는 귀띔했다.

창원특수강 김권식 사장(56)은 제주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지난 70년 압연정비과에서 출발, 93년 광양제철소장(전무)에 오르기까지 줄곧 현장을 지킨 경영인이다. 포철이 지난 97년 삼미특수강의 봉강부문을 인수하자 98년에 대표이사로 취임, 99년부터 부실적자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포철 관계자는 “창원특수강의 경우 인수 당시만 해도 500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었는데 그간 상당부분 해소했다”고 말했다.

김사장이 강조하는 경영방침은 ‘사화만사성(가화만사성)’. 구성원의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만 세계 제일의 특수강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김사장의 지론이다.

포철산기의 이승관 사장(57)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이다. 지난 71년 제강부(제강건설반)를 시작으로 광양생산관리부장, 설비계획부장, 아주지역 투자사업담당 임원 등을 거친 뒤 지난 3월 포철산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웃집 형님처럼 다정다감한 스타일로 ‘사람만나기’를 즐긴다고 한다. 수십종의 카메라를 소장하고 있을 만큼 카메라 마니아인 그는 요즘도 카메라 신제품이 출시되면 매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한다.

경영스타일은 ‘자율경영’을 중시해 취임하자마자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이사장은 “책임이 주어진 만큼 권한을 부여해야 그에 상응하는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속공학도 출신답게 현재 한국 금속?^재료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며 홍콩사무소에서 3년여간 근무하면서 어학실력을 쌓은 ‘글로벌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렉 신승근 사장(62)은 전주공고, 서울대 광산학과(현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뒤 전공을 살려 광산 관련분야에 10년 남짓 근무하다 지난 73년 포철에 들어왔다. 80년대 들어 밴쿠버사무소장, 포철의 캐나다 현지법인인 포스칸(POSCAN) 사장을 역임했으나 93년말 포철과 잠시 인연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대한해운 상임감사로 일하던 그는 98년 포철에 복귀, 포스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운동과 바둑을 좋아하는 신사장은 오랜 해외생활로 매사에 합리적이나 일에 관한 추진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포스렉 직원들의 설명이다. 신사장은 최근 회사이름을 포철로재에서 포스렉으로 바꾸고 내화물위주의 사업구조를 환경사업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포스콘 최휘철 사장(57)은 경북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로 지난 72년 포철에 입사, 현장을 지켜온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다. 대구 태생으로 조용하면서도 합리적이다. 대학졸업 후 이천전기에서 3년여간 근무하다가 포철에 입사, CEO까지 올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프로젝트나 설비의 기술적인 문제 발생시에는 반드시 해결하고 마는 스타일”이라며 “일을 처리하는 데는 직접 발벗고 나서고 특히 직원들의 자기개발과 복리후생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비철강분야를 이끄는 CEO들=포철의 비철강관련 계열사는 포스코개발과 포스데이타, 포스텍기술투자, 포스코경영연구소 등 4개사다.

포스코개발의 박득표 회장(66)은 부산상고,부산대 출신으로 호남비료에서 일하다 지난 68년 포철이 간판을 올리던 해에 포철맨이 됐다. 박회장은 공인회계사 출신답게 자금 및 관리파트에서 성장했다. 93년 사장직을 끝으로 물러나 금강제화 계열사인 금강공업으로 옮긴 뒤 98년에 포스코개발 회장으로 돌아왔다. 포철의 재무통으로 계수에 밝으며 친화력이 강해 조직화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포스데이타의 김광호 사장(58)은 충무상고,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다년간 자금부와 관리부에 몸담은 재무전문가다. 그러나 지난 97년 포스테이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짧은기간에 정보기술(IT)전문가로 변신했다는 게 포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례로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 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과 한국SI연구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김사장은 ‘작은 일을 소홀히하는 사람은 결코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꼼꼼한 성격으로 능력중심의 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포스데이타가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를 과감히 철폐하고 서구식 완전연봉제를 도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포스텍기술투자의 이전영 사장(46)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을 거쳐 미국에서 유학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현지에서 하니웰&필립스 메디컬그룹 연구원 등으로 근무한 뒤 지난 86년부터 포철과 인연을 맺었다. 포항공대 전자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97년 포스텍기술투자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됐다.

포철계열사로는 처음으로 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이사장은 하이테크 기술을 보유한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장기투자, 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포항제철,포항공대,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항시 등 산악연관이 연계한 포항의 벤처단지 육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드럽고 온화한 학자풍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서 “매사 판단이 합리적이고 통찰력이 뛰어나며 직원들에게 투자전략을 세울 때 투명성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도록 당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오관치 소장(60)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육사 경제학 교관, 국방관리연수소 연구단장, 숭실대 경제학 교수,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을 거친 뒤 지난 98년 3월 유상부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포철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항상 연구원들에게 ‘자만심을 버리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연구소가 돼야만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독창적인 정책대안제시가 가능하는 그의 경영방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lee2000@fnnews.com 이규석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