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피셔 부총재의 권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10 06:27

수정 2014.11.07 13:33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가 한국경제에 대해 많은 권고를 하고 돌아갔다.그 권고의 대부분은 우리 스스로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다만 제대로 실천이 안되고 있을 뿐이다.

외부기관의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우리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더구나 외환위기때 우리경제를 ‘관리’해온 기관의 대표일 뿐아니라 세계적인 석학의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피셔 부총재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너무나 잘 꿰뚫고 있는만큼 정책권고도 폭넓고 다양한 것이었다.
특히 그의 고언은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하반기 경제운용의 시작에 맞추어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우리의 주목을 끄는 대목은 내년에 실시될 대통령선거등 정치적 요인이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과 관련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일관성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경제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할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경제가 정치의 종속변수로 전락할 때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남미의 경우에서 흔히 발견한다.

피셔부총재의 언급은 원론적인 얘기에 그쳤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시책이 정치적 영향권내에 있는 것인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시행하려고 하는 시책 가운데 이같은 혐의를 살만한 게 적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6건에 걸친 각종세금 감면시책이나 부동산경기 활성화대책, 그린벨트의 완화, 증시부양책 추경편성 등이 그것이다. 정치싸움에 밀려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음도 경제가 정치의 영향하에 있는 사례임은 물론이다.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 지연이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은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해 지난 6월말까지는 매듭짓겠다던 5대 부실 대기업은 시한이 지났는데도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금융개혁역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산업은행은 한국경제에 관한 중장기 전망보고서에서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기술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는 앞으로 연간 2∼3%의 성장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았는가.

피셔부총재의 경고가 아니라도 구조조정을 서둘러 매듭짓고 경제정책의 수립에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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