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항공안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최하위권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몰려 있다. 상호협정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항공안전 점검을 실시한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기준미달’이라는 1차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내한하는 FAA 조사반에 의해 이루어질 최종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으면 우리나라는 항공안전 위험국가로 분류되어 국제적 망신과 함께 우리 항공사들의 심각한 경영상 타격은 물론, 승객들의 불편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항공안전의 책임을 맡고 있는 건설교통부와 항공업계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9지난 91년부터 자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미국에 취항중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통상 2년마다 안전 점검을 실시해왔다. 96년 그 검사에서 우리나라는 1등급 판정을 받았었다.그러나 지난 5월 검사에서는 항공사고 조사의 객관성 확보가 미비되고 본부 통제인력과 전문 기술인력 부족, 운항규정 부재,재교육 프로그램의 미흡 등 8개항목의 심사기준에서 모두 수준이하 판결을 받은 것이다.
항공안전 위험국가로 추락할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부문을 얼마나 소홀히 해 왔는지를 입증한다.건교부가 이미 작년 6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항공안전에 미흡한 사항에 대해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대책을 세우지 않았음에 상도(想到)하면 당국의 책임은 더욱 커진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97년 괌 사고 이후 한국항공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하락일로였다.연이어 발생한 대한항공의 런던과 상하이에서의 사고로 성가는 더욱 추락, 급기야는 미국 국방부와 독일의 한 다국적기업은 병사와 직원들에게 한국 비행기를 타지 말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사고 발생률은 4.98%로 세계 평균 2.43%의 갑절에 이르고 있다.
위험국(2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감수해야 할 불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나라체면이 방글라데시나 니카라과, 짐바브웨 등과 동일 선상으로 떨어짐은 물론이거니와 국내항공사의 직접적인 손해도 막심하다. 신규노선 취항은커녕 기존노선도 감축되고 제휴사와의 자리공유(코드셰어)도 불가능하게 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제대로 된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라는 거창한 구호를 떠나서 건교부의 직원 스스로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비행기를 안심하고 타고 다닐 수 있게 좀 챙겨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