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운용은 에버그린 주식 펀드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주식형 펀드로는 드물게 11일 현재 약 1200억원의 수탁고를 자랑하는 대형펀드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입자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라는 사실 때문이다.국내 투신운용사들이 기관투자가에 수탁고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자금만으로 1000억원을 꾸준히 넘기며 운용되고 있는 펀드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물론 지난해와 올해 각광을 받고 있는 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중에는 이보다 큰 규모의 펀드가 적지 않지만 주식형펀드로서 증시가 죽을 쑨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도 내내 1000억원 이상을 유지해 온 주식형펀드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명이 1년3개월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난 99년 2월 설정돼 2년5개월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판매·운용되는 스테디셀러라는 점도 삼성이 이 펀드를 애지중지하는 이유중 하나다.언제든지 가입이 가능한 추가형으로 설정돼 아직도 씨티은행을 통해 판매가 되고 있다.불특정 다수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펀드의 본래취지에 가장 부합하고 펀드대형화에도 앞장선다는 자부심을 준다고 할까.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펀드가 대부분인 걸 감안하면 ‘그럴 만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애정이 깊은 만큼 삼성은 이 펀드의 운용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는다.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해 설정한 운용목표를 바탕으로 장기안정적인 초과수익을 내는 데 역점을 두고 주식시장 대비 저평가된 종목만을 엄선해 투자하는 ‘정통 주식형펀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이런 특성 탓에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주식형펀드에 비해 적고 수시로 주식을 사고 팔아야 할 필요성도 줄어든다.삼성투신운용이 운용사로는 드물게 독립적인 내부 리서치 본부를 두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식투자비율을 20∼90%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입재산의 80%이상을 항상 주식으로 채우는 고집도 엿보인다.고객이 신탁재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임을 알고 가입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단기적인 성과에 눈이 멀어 지나치게 잦은 매매와 원칙없는 운용을 계속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고객을 잃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현재까지의 운용실적은 양호한 편이다.지난해 주가폭락으로 아직 원금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벤치마크와 비교하면 최근 1년간 10.6%포인트의 초과수익을 내고 있다.또 올해는 연초대비 19.53%(4일 현재)의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같은 유형의 다른 펀드와 비교해도 5%포인트 높은 성적이다.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준 팀장은 “지난 2∼3월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이미 20%가량의 투자이익을 냈다”며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지금, 가입을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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