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n사설]정부 역할도 구조조정 대상


‘정부의 경제적 역할도 구조조정 대상’이며 ‘정부정책이 해야할 일과 기업이 해야할 일을 구별해야 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의 주장은 현 시점에서의 새로운 문제 제기라기보다는 기본과 원론을 상기시킨데 지나지 않는다.그런데도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개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기본과 원론이 잊어졌거나 경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구조조정을 ‘기업활동의 외생변수인 금융제도, 정부정책, 법률 등을 정부가 개선하고 관리하여 민간부문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따라서 ‘정부의 경제적 역할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가 기업활동 외생변수 개선 관리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개혁과 구조조정은 당면한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관행과 시스템을 이른바 세계화에 대응시켜 나가는 과정이 바로 구조조정이다.세계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부, 효율적인 기업경영, 건전한 금융시스템, 개방적인 경제구조,활발한 시장기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추진되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이에 걸맞은 것이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관치경제’의 한 형태인 행정지도가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보험료와 학원비 인상에 있어서 법령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업체의 담합을 조장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시장경제와 경쟁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가격담합을 조장했다면 스스로 원칙을 어긴 것이 된다.이러한 행태가 남아 있는 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계획경제 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이 짧은 기간 안에 국가위험도, 국가 경쟁력, 사업환경 등에서 오히려 우리를 앞지르는 면이 없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한 것은 정부조직을 비롯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우리가 비록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이 그만큼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정부경제활동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