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부실社 ‘상시퇴출’ 본격화]18개社 불과 ‘한계’노출


은행주도의 부실기업 퇴출작업이 드디어 시작됐다.

특히 이번 부실기업 퇴출은 은행이 자체 신용평가위원회와 은행간 협의를 통해 죽일 기업과 살릴 기업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도 은행이 지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채권은행간 거래기업의 신용위험평가 및 기업구조조정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한 ‘채권은행협의회’가 지난달 말 본격 출범함에 따라 부실기업 상시퇴출 작업도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하지만 금융감독원이 12일 밝힌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추진현황(추진율 58.1%)을 보면 평가대상 1544개 기업중 채권단간 처리방향이 확정된 업체가 10%도 안되는 102개사에 그친데다 정리대상기업도 법정관리 16개, 화의 2개 등 모두 18개사에 불과해 한계를 드러냈다.

◇은행들, 어떻게 준비해왔나=상시퇴출시스템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은행들은 상시퇴출시스템 가동에 따라 신용분석팀·기업개선팀·중소기업팀·대기업금융팀·관리부·심사부 등 실무부서를 중심으로 신용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인원은 7∼8명선.위원장에는 여신지원 본부장 등 임원급이 선정됐다.지난해 11·3퇴출 때와 다른 점은 외부인사가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평가작업은 4월말 신용평가위원회 구성이후 지난 10일까지 2개월 가량 진행됐으며 현재 897개사(58.1%)에 대한 평가가 끝난 상태다.

◇어떤 기업이 심사대상에 선정됐나=상시퇴출시스템 가동에 따라 은행별 신용위험 평가대상에 오른 기업은 모두 1544개.이들중에는 은행이 자체 보유중인 일반 부실징후 기업 1065개사 외에도 화의기업 330개사, 법정관리 149개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대상기업 35개사 등이 포함됐다.심사기준은 ▲3년간 이자보상배율 일정수준 미만 ▲요주의 이하 여신 기업 ▲각 은행이 관리하는 부실징후기업 ▲급격한 신용도 악화기업 ▲2금융권 여신비중 과다기업▲장기연체 우려기업 등이다.이번 심사에서는 여신액 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및 비외감 기업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처리방향은=금감원은 22개 은행이 제출한 신용위험 평가에 따라 전체 1544개 심사대상 기업중 채권은행이 상호 협의 등을 통해 처리방향을 확정한 업체수는 102개라고 밝혔다.이중 정리대상 기업은 총 25개.그러나 이미 처리방향이 정해진 워크아웃기업 3개와 평가기간중 파산 선고나 법정관리가 폐지된 4개사를 빼면 18개사에 불과하다.금감원은 이들 정리대상 기업에 대해 법원앞 법정관리 폐지신청이나 화의신청 취소 또는 청산, 매각,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설립추진 등을 통해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다.특히 금감원은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매월 은행별 상시평가위원회와 채권은행협의회를 통해 처리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문제점은 없나=이번 발표에서도 나타났듯이 채권단간 이견차 해소가 가장 큰 문제다.예를 들어 A은행은 K기업에 대해 C등급을 줬는데 B은행은 똑같은 기업에 대해 D등급을 매겼을 경우 이견차 해소가 쉽지 않다.물론 지난달말 본격 가동에 들어간 채권은행협의회를 통해 중재가 가능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특히 이번 심사대상에 오른 한보철강, 대우자동차, 동아건설, 범양상선 등 5000억원 이상의 여신을 갖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처리문제에서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또 상시평가시스템이 은행에만 한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투신 등 제2금융권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작업도 불투명한 상태다.이에 따라 항간에서는 법정관리·화의·워크아웃 기업과 일부 소기업들만 상시퇴출의 희생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ykyi@fnnews.com 이영규·황대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