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의 금융자산 내역이나 각종 금융거래 정보가 관공서 등에 무차별적으로 흘러들어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체납자 등의 금융거래정보와 관련,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 본점에서도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일괄조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려줬기 때문이다.
이는 그러나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 규정을 우회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앞으로 법률적 해석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시는 100만원이상 지방세 체납자 12만7717명의 명단을 각 구청을 통해 주요 금융기관 지점에 발송, 체납자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체납자 명단이 방대해 사실상 지점에서 개별조회가 어렵게 되자 은행연합회는 은행 본점 차원에서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해 일선 지점에 알려주는 것이 금융실명법 위반이 아닌지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재경부에 질의했다.
이에 재경부는 회신을 통해 “방대한 인원에 대한 정보조회가 일선 금융기관 영업점에서 불가능하다면 필요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 본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는 금융기관 내부의 전산 조회방법에 관한 문제일 뿐 금융실명법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들은 지점에 요청이 들어온 명단을 취합해 전산부 등에서 일괄조회한 뒤 그 결과를 일선 영업점에 되돌려보내기로 하고 최근 각 지점으로부터 조회요청자 명단을 제출받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금융계는 현행 금융실명법의 금융거래정보 일괄조회 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실명법은 금융기관 본점이나 전산부 등을 통한 거래정보 일괄조회는 법원의 명령이나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의 금융거래정보 조회 요구도 피조회자 거주지나 거래점포 등 특정 점포에 대해서만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회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아무런 법적 절차없이 실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본점 일괄조회를 허용한다는 것은 앞으로 이같은 편법으로 얼마든지 일괄조회가 가능하다는 뜻”이라면서 “개인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 남용을 막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실명제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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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dom@fnnews.com 김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