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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구조조정촉진법 신중한 접근 필요


여야 3당이 함께 발의했던 구조조정촉진법에 대해 일부 의원들과 변호사협회 등 관련단체들이 위헌소지 등 문제점을 지적함에 따라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이에 대해 입법을 내심 바라던 정부당국은 ‘구조조정촉진법 제정 지연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장기표류상태로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논리는 내세우며 입법과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구조조정촉진법은 우리가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주된 형태로 써먹어온 워크아웃 제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 없다. 부실징후가 나타난 기업에 대해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한 뒤 늦어도 1개월(자산실사가 있을 경우 3개월)이내에 처리방침을 정하고 해당기업과 경영정상화계획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는 법정관리나 파산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법안은 이 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재조정이나 추가 지원 등에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한편, 협의회 결정을 따르지 않는 기관은 자신의 해당기업 채권을 시가에 팔고 나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법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문제기업의 처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 등 도산3법 통합작업의 취지와 중복되는 면이 있다. 또한 부실기업을 청산 또는 회생으로 몰고갈지에 대한 일부 채권기관의 결정에 법적 효력을 주는 것은 기업퇴출과 관련된 현행법 체제를 뒤흔드는 것이다. 채권기관의 구조조정에는 항상 재경부와 금감위 등 금융당국이 자리하고 있기에 구조조정촉진법의 입법취지 자체가 과연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관치금융의 틀을 더 완벽하게 갖추고자 함인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또다른 문제점은 구조조정 촉진법에 의해 채권단의 협약을 강제화시킬 경우 모든 채권금융기관, 특히 채권비중이 작은 기관은 문제 소지가 있는 기업에 대해 보다 예민하게 신용위험 평가를 하면서 방어적인 여신회수에 적극 임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변동성을 오히려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그 틀을 갖춤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