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가 열리는 로열 리덤&세인트 앤즈 코스(파71)는 설계된 지 너무 오래돼 최첨단 과학 장비와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지금의 골퍼들에게는 만만한 코스가 됐다.
특히 난코스를 선택하기로 유명한 US오픈을 치른 뒤여서 로열 리덤과 같은 코스는 쉽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로열 리덤은 벙커가 모두 196개나 되지만 300야드 이상의 장타를 펑펑 날려대는 남자프로들에게 위협이 못 되는 위치에 배열돼 있고 총 길이도 6905야드에 불과해 코스를 어렵게 개조하기도 불가능하다는 것. 특히 13번홀까지는 타이거 우즈의 경우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길이가 짧아 대부분 프로들은 파5의 홀이라도 여유있게 2온이 가능하다.
96년 로열 리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했던 우즈가 “이곳에서 경기를 치른 뒤 프로가 돼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코스의 난이도는 낮다.
당시 우즈는 2라운드 들어 11개 홀에서 8개의 버디를 낚으며 갤러리들을 놀라게 했었다.
코스의 난이도를 저평가하는 골퍼는 비단 우즈뿐만이 아니다.
잭 니클로스는 “96년 대회 때 우즈뿐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어떤 벙커도 플레이에 영향을 못 미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고 닉 프라이스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 코스는 무장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첫번째 파5인 6번홀은 벙커가 팅그라운드로부터 멀지 않아 선수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75년 이 장소에서 개최된 잉글랜드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 닉 팔도 역시 “요즘선수들은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이상 날릴 수 있다. 이런 선수들이 고민할 정도의 위치에 벙커를 배치해야 한다”며 이들의 생각에 동의했다.
13번홀 이후 마지막 5개 홀은 예전엔 어느 정도 어렵다고 여겨졌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도 꽤 연출해냈지만 이제는 골퍼들을 애먹일 정도는 아니다.
이 때문에 매우 드물게도 1번홀이 파3로 시작하고 고성(古城)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풍광과 오랜 전통 등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로열 리덤은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변화의 노력이 없다면 이번이 로열 리덤에서 열리는 마지막 브리티시오픈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가운데 프라이스가 제시한 해결책은 의미심장하다.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길은 더 많은 벙커를 만드는 길 뿐이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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