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예산확보전 치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18 06:29

수정 2014.11.07 13:27


기획예산처와 타 부처간 ‘예산 줄다리기’ 다툼이 올 여름에는 더 없이 치열하다. 경기침체로 세수전망은 어두운데 재정수요는 경기부양용까지 합쳐 자꾸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마무리한 1차 예산심의에서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 가운데 신규사업은 거의 예외없이 보류시키고 계속사업들은 올해 대비 평균 30%씩 대폭 삭감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들은 이른바 ‘삭감충격’에 휩싸여 일부 부처의 경우 이해집단을 앞세워 반발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인건비를 제외한 사업비의 경우 올해 대비 두자릿수 비율로 일제히 삭감했다”며 “2차 심의 등을 거치면서 차츰 삭감률을 낮춰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신규사업의 경우 1차 심의에선 거의 ‘킬(kill)’시켰다”고 말했다.

예산처는 1차 심의에서 보류된 문제사업들을 대상으로 오는 20일부터 2차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며 8월초 2차 심의결과가 나오면 내년도 예산윤곽이 대략 드러나게 된다.

예산처 관계자는 “내년도 재정규모는 경상성장률(실질 4∼5% 추정)보다 2∼3%포인트 낮은 110조원 정도로 잡고있다”며 “추경을 감안한 올해 재정규모를 105조원 정도로 볼 때 내년 예산에서 늘릴 수 있는 범위는 5조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복지,공적자금 이자 비용 등 내년도 예산 필수증액 소요가 15조원이나 돼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각 부처가 신청한 예산요구액(128조원)에서 10조원 이상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문화예산의 경우 1차 심의에서 30%가량 삭감된 것에 대해 문화계가 반발하고 있는데 주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조금 성격을 삭감한 것”이라며 “지난해 법개정으로 지자체에 지원되는 교부금이 대폭 늘어난 만큼 자체 사업은 스스로 부담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처는 국장급 이하 실무자들이 두자릿수 비율로 삭감한 각 사업별 예산을 2차 심의에서 예산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자릿수로 삭감률을 낮추고 일부 우선순위가 앞서는 사업들에 한해 올해 수준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때까지도 예산처가 손을 대지 않는 항목이 있는데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걸려있는 국방비와 인건비(공무원) 등이 그것이다.
이들 항목은 8월 하순 대통령 중간보고 때 확정된다. 각 부처 및 사업별 예산은 8월말에서 9월초에 걸쳐 각 부처 장관들이 기획예산처 장관을 방문해 독대한 자리에서 최종담판을 짓게 된다.


예산실의 한 실무자는 “각 부처 예산담당자들의 지루한 설득작업에 일일이 응대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Yes but No’(해당 부처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를 되풀이하다가 나중에는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며 “이때 최소 2년 이상 예산실에 근무한 프로 ‘예산선수’들은 돈을 적게 주면서도 해당 부처 담당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서 돌려보내는 뛰어난 노하우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 bidangil@fnnews.com 황복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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