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빼돌려 공적자금 소요액을 부풀리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긴 부실기업주와 부실기업의 전직 경영진들에 대한 공적자금 회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이같은 채권회수 노력은 24% 수준에 불과한 공적자금 회수율을 조금이라도 높여 국민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기업주와 최고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에 다시한번 경종을 울려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보의 이번 조사를 부실기업주들에 대한 조사의 서곡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예보의 기업주 조사과정에서는 금융기관들의 헐겁기 그지 없는 채권회수 자세가 부수적으로 드러나 부실기업주와 전직 최고 경영인들뿐 아니라 금융인들까지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상대로 제기해야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관련 증거자료의 수집이 결코 쉽지 않고 정작 오너 부실기업주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우계열사 전 대표이사와 고합 사례=대우 계열사 전 대표이사 8명은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난 99년 8월26일을 전후해 21건 99억5800원어치의 부동산을 빼돌렸다. 주로 부인이나 아들 명의로 소유권을 넘기거나 제3자에게 증여했다. 대표이사중 1명은 은행직원과 짜고 본인 명의의 시가 1억5000만원짜리 부동산을 은행직원 앞으로 가등기 및 근저당 설정을 한 다음 빚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돈을 주고 받고 가짜 차용금 증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는 통상 법인이 차입을 할 때 연대보증을 서기 때문에 채권금융기관들은 빼돌린 재산만큼 채권회수에 차질을 빚은 셈이다.
㈜고합은 지난 97년 1월18일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서류상의 회사인 ‘우라누스’를 설립하고 900만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한 다음 이를 홍콩현지법인이 인수토록 했다. 인수자금 900만달러는 독일 현지법인 엠텍(EMTEC)에서 차입했고 고합은 뒤에 홍콩현지법인에 이를 모두 갚았다. 고합은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900만달러를 외국인 투자형식으로 국내에 송금해 고합종합건설의 발행주식 199만주를 적정가격(4956원)보다 약 80% 높게 사들이는 방법으로 이 회사를 지원했으나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주식이 소각돼 결과적으로 900만달러(약 11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예보는 밝혔다.
◇남은 문제는=예보는 대우와 고합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금융기관 차입 등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히 대우에 대해서는 영국 현지법인인 BFC를 통해 수출대금을 유용한 혐의 등을 잡고 조사중이다. 예보는 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심의하기 위해 ‘채무기업 부실책임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부실관련자의 책임 내용과 범위, 배상책임 금액 등을 결정하고 관련자의 소명을 들은 뒤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보는 부실경영과 관련된 임직원들의 경영상 위법행위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또한 김우중 전 대우 회장과 장치혁 전 고합 회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활동조차 벌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예보는 대우와 고합 외에도 대표적인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오는 2002년까지 30∼40개 업체에 대해 기업 오너 및 경영진에 대한 위법행위 및 재산추적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