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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위기 대비하자’]相生의 경제정치 펼쳐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23 06:31

수정 2014.11.07 13:24


한 소설가는 며칠전 신문기고를 통해 오늘날 국내정치를 ‘하나의 완벽한 혐오상품’이라 표현했다.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사회 불안감이 커질수록 정치라는 상품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한 제반조건을 만들어내는 최종 책임이 정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장과 소통의 역할보다는 장애와 지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정치권이 나라 밖의 위기와 기회를 외면한채 오로지 정권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나날이 떨어지고 위기가 닥쳐와도 순발력있는 대응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생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경제의 발목을 잡고, 국가 발전의 대계를 세우기보다는 당파 이익에 명운을 거는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는 것이 식자들의 절망어린 탄식이다.

정치권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다보니 백성들도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공동이익을 위한 사회통합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구조조정 실패와 정치권의 경제 ‘발목잡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조조정 작업이 지지부진하고 사생결단식 정치권의 정쟁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정쟁에 내팽개쳐진 경제살리기=지난 5월20일 정치권은 모처럼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야·정이 천안에 모여 1박2일동안 난상토론을 벌인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정 등 6개항에 합의한 것이다. 주식시장도 연중최고치인 632포인트까지 치솟았고 각종 거시경제 지표도 호전 기미를 보이며 올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을 밝게 했다. ‘천안포럼’의 합의사항을 뒷받침하고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하는 각종 법안들을 처리해야 할 6월 국회는 그래서 우리 경제의 사활을 가르는 중대고비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6월 국회가 열린지 얼마안돼 정치권은 ‘언론사 세무조사’라는 메가톤급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재경위 등 각 상임위는 민생현안은 제쳐두고 매일 ‘언론탄압’과 ‘조세정의 실현’이란 정치공세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6월 국회는 ‘천안포럼’ 합의법안중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한채 폐회했고 반짝 상승했던 증시도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낮춰잡고 물가 목표치를 올려잡는 등 1개월만에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론에 떼밀린 여야는 뒤늦게서야 7월 국회를 열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일부 경제법안을 처리했지만 이미 싸늘해진 ‘민심’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4·13총선이 끝난 뒤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정치논리에 춤췄던 경제정책 운용방식을 원위치로 돌려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속에서 여당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했고 야당은 총력 투쟁으로 이를 저지했다. 지난해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붓고 정부도 4대개혁 완수를 위해 급피치를 올리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개월여간의 힘겨루기끝에 개원한 16대 국회는 한달만에 ‘국회법 파동’으로 공전했고 가까스로 문을 연 정기국회에서는 2001년 새해 예산안을 회기내 처리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당연히 각종 개혁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해 어려운 경제를 더욱 주름지게했고 여야는 이듬해 새해 벽두 ‘의원 꿔주기’와 ‘안기부 자금’ 공방으로 ‘정쟁의 바통’을 이어갔다.

◇무엇이 문제인가=진념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방송에 출연, “정치불안이 경제운용과 구조조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여·야·정 2차 정책포럼을 열어 경제·민생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정치권이 싸우다 보니 그런 기회가 쉽지않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우선 1인 보스중심의 정당문화를 꼽을 수 있다. 사안마다 차기 대권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으로 정치권의 타협은 가뭄에 콩 나듯해졌다. 한 초선의원은 “당론이 확정되면 이견이 있어도 제목소리를 낼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실토했다.

경제가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도 문제다. 강봉균 KDI원장은 한 강연에서 “정치적 대립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구축을 지연시키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국민적 역량을 약화시켜 경제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가 지나치게 경제에 개입해 ‘감놔라 대추놔라’를 외쳐 정부가 소신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문성 부족도 또다른 원인이다.
경제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보니 대화와 토론이 안되고 허구한 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해 결국 ‘타협’보다는 ‘갈등과 대립’이라는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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