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계연도 국내 회계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회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출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또 감사수수료 기준이 피감사법인의 자산규모에서 감사 투입시간으로 바뀌는 등 감가보수의 현실화가 이뤄진 영향도 적지않다.
회계시장이 30%가량 급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법인의 순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감사비용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 탓이다. 부실감사 제재강화로 리스크를 떠안게 된 회계법인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회계사와 시간을 감사업무에 투입하면서 비용이 덩달아 늘어났고, 결국 외형 급팽창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회계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회계법인의 실적과 수익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삼일 독주속 삼정 빅5 진입=지난 회계연도중 국내 회계법인들은 사상 유례없는 지각변동을 겪었다. 국내 빅5중 하나인 산동회계법인이 대우 부실감사로 인해 퇴출당하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산동의 회계사와 고객기업을 대거 접수한 삼정은 창립 10년만에 국내 빅5안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산동출신 일부 회계사에 의해 새빛과 성도등 2개 법인이 신설됐다. 삼정은 한국통신 등 기존 산동의 고객사와 회계사 120명 등을 넘겨받아 단숨에 업계 5위에 랭크되면서 새 강자로 부상했다.
한편 삼일의 독주현상은 지난 회계연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삼일은 외형(1663억원·전체의 30.9%%)과 순이익(126억원·57.2%), 회계사수(597명·24.3%), 감사대상업체수(1264개·17.9%)등 모든 면에서 다른 회계법인을 압도했다. 업계 전체 순이익의 절반이상을 올리는 등 삼일의 독주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다른 법인과의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일의 매출액은 빅5중 막내인 삼정(281억원)의 6배에 달하고 순이익은 삼정(4600만원)의 280배에 이른다. ‘빅5’가 아니라 ‘1강4중’이란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수익성은 제자리=전체 회계법인의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외형급증에도 불구, 전년과 비슷한 22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쳐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은 전년 5.18%에서 지난해에는 4.09%로 1.09%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특히 일부 소형법인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를 내는 회계법인이 처음으로 3곳이나 생겼고 순이익이 5000만원에 못미치는 법인도 삼정을 포함, 9곳이나 됐다. 감사의 품질을 따지는 풍토가 확산되면 소형법인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수익 정체현상은 감사비용이 증가한 데다 이익률이 높은 구조조정 컨설팅 특수가 사라진 것이 주요원인이다. 부실감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회계법인들은 지난해 720명의 회계사를 신규고용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고 직원에 대한 보상금액도 급증했다. 회계법인의 전체 인건비는 전년 2000억원에서 지난해 2700억원으로 약 3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회계법인 직원의 평균 급여는 6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세무회계 급부상=지난해 회계법인의 수입부문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세무회계. 전년대비 61%의 외형 성장률을 올려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컨설팅부문을 밀어내고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컨설팅부문은 여전히 회계법인의 ‘캐시카우’임이 드러났다. 컨설팅시장은 전년대비 29% 늘어 2572억원에 달했다. 특히 기업진단, 경영실사, 시장조사등 컨설팅부문이 회계감사에 비해 고수익 저위험 특성을 가졌음을 감안할때 이 분야의 경쟁력강화는 앞으로도 회계업계의 최대화두로 남을 전망이다.
외부감사 수수료 수입 또한 꾸준히 증가했다. 회계법인들은 지난해 7058개 기업을 감사해 총 2244억원의 감사수수료를 올려 감사대상업체당 평균 3180만원을 보수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 회계법인들이 감사관련 손해배상기금으로 그동안 쌓아놓은 금액은 총 444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13억원꼴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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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