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품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추락하고 있고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제조업의 붕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보고는 충격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비전 2011 프로젝트’에서 KDI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현황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주요 산업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대만·일본 등 주요 대상국과 비교한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현황은 중국 경제의 급속한 신장과 한국의 상대적 몰락을 실감케 한다. 지난 99년 기준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시장점유율 1위인 상품의 품목 수는 72개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무려 460개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중간의 격차는 금방 느껴진다. 더구나 중국은 점유율 1위 품목을 계속 늘려가는 데 비해 한국은 점점 줄고 있으며 홍콩·대만·일본에 비해서도 절대 열세라는 사실에서 우리 제조업의 현주소를 짐작케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중국제에 밀려온 것은 이미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미국시장에서 지난 90년까지 한국은 3.7%로 중국의 3.1%에 비해 우위를 차지했으나 91년 3.5% 대 4.0%로 역전된 이후 99년엔 2.6%대 8.8%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일본시장에서 역시 90년까지 한국 5.0%, 중국 5.1%로 거의 비슷했으나 중국은 수직 상승, 99년엔 5.2%대 13.8%가 되었다.
한국의 수출 품목들이 국제경쟁에서 아와같이 뒤지고 있는 것은 수출단가가 비싸지고 그에 비해서는 품질의 고급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국 자본재에 의존하는 수입유발적 산업구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기술투자에 소홀한 것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세계경제의 침체속에서 그동안 비교적 호조세를 보여왔던 주력 수출품목들도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값의 폭락과 철강·석유화학·섬유 등에 이어 자동차·기계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산업구조 전반에 걸친 재검토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리하여 경쟁력이 있고 장래성이 있는 유망업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되 경쟁에서 낙오하는 업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불황때일수록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여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와함께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과 같은 대체산업의 육성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