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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그룹 경영진 개편]‘MK친정’굳혀 공격경영 강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24 06:31

수정 2014.11.07 13:22


현대차그룹이 24일 전격적으로 단행한 경영진 개편은 정몽구(MK)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와 함께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영진 개편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해 큰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전반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궤도에 진입하면서 좀더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정공 출신들이 MK측 인사를 밀어내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내분 양상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계안 사장의 캐피탈행=이사장이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카드사업 등 금융사업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사장을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보직을 올릴 것으로 보여 이번 인사가 영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사장은 그동안 금융사업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 등의 경우 전체 수익중 25%가량을 금융부문에서 얻고 있는 것에 반해 현대차의 경우 불과 10%에 그치고 있다. 특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동차 산업의 불황을 타개할 대안이 없는 현대차로서는 금융사업의 육성을 강조해 왔다.

그룹의 고위관계자는 “현재 캐피탈의 카드사업 진출을 해결할 사람이 이사장 말고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라며 “정계 실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사장은 ‘카드사업 진출 성사’라는 특명을 부여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간 갈등구도도 한몫=현대차 주변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진 개편작업이 현대차그룹내 경영진간 갈등구조가 표면화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결과 김동진 사장 등 현대정공 출신 인사들이 현대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의 이사장을 밀어내고 현대차에 입성함으로써 정회장의 친정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에서 물러난 이계안 사장은 현대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의 기획, 재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현대차그룹 계열분리과정에서 현대차로 말을 갈아 탄 인물이다.

이사장은 MK사단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활약하며 현대차그룹의 계열분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나 MK사단의 또다른 한축을 형성해온 현대정공 출신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사장의 경우 현대차가 올해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월드카 부문 합작사업에서 실패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동진 신임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핀레이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로 통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사장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다 MK에 의해 78년 현대정공 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MK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MK가 설립한 현대우주항공 기술연구소장과 사장을 거쳤다.


최근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공동으로 차세대 중대형 상용차용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합작법인 설립을 성사시켰다.

/ kubsiwoo@fnnews.com 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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