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박세리 ‘아름다운 선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26 06:32

수정 2014.11.07 13:21


【비엔나(미 오하이오주)=박호윤 특파원】“꿈에서나 그리던 세리 누나를 만나 너무 기뻐요. 나도 이제 힘내서 병을 이겨내겠어요.”

난치병인 선천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국인 입양소년 이병조군(14·미국명 토머스 생키)이 평생 소원을 이뤘다. 이군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자이언트이글클래식이 열리는 미 오하이오주 비엔나의 스쿼크릭CC에서 자신의 우상인 박세리를 만나 사인이 든 사진을 선물로 받고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군은 생후 6개월 되던 88년 여름 국내 입양기관을 통해 마틴 생키(43·그래픽 디자이너) 부부의 맏아들이 된 불우 소년. 양부모의 극진한 양육으로 맑고 티없이 자라나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오스틴타운 중학교 2학년)까지 됐지만 백혈병으로 인해 한참 뛰놀며 미래의 꿈을 키울 나이에 병마에 시달리며 의사와 간호사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형편에 처해 있다.

학교 골프부에서 활동할 만큼 골프를 좋아한다는 이군은 지난 1월 박세리가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할 때 TV를 통해 보고 팬이 된 이후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박세리의 활동상을 빠짐없이 체크하는 열성 팬이 됐다고.

골수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이군의 양부모들은 이번 자이언트이글클래식에 박세리가 출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IMG를 통해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 이날 프로암을 마친 직후 양아들의 ‘평생 소원’을 성사시켰다.

이 자리서 박세리는 자신이 직접 사인한 A4 용지 크기의 사진을 선물로 주며 “어른들도 받기 힘든 수술을 한다니…”라며 눈물을 글썽인 뒤 “부디 모든 것이 잘 돼 훌륭하게 컸으면 좋겠다”고 이군을 격려했다.

이군도 “세리 누나를 만나니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하고 “다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이군은 박세리를 만난 직후 인터뷰실에서 있은 박세리의 공식 기자회견에도 함께 자리해 끝까지 이를 지켜봤다.


이군의 골수 이식 수술을 위해서는 아시아계 사람들 중에서 이군과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들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아야 하는데 다행히 최근 한국에서 4명이 일치한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이군은 이들 중 골수 이식에 필요한 13가지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나올 경우 신시내티의 어린이 메디컬센터에서 수술을 받게 된다.

한편 이군이 살고 있는 오스틴타운 사람들은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는 ‘Friends For Thomas Committee’라는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이군을 돕고 있으며 다음달 26일에는 ‘토머스를 위한 자선 골프대회(Tee Off For Thomas)’를 인근 노스 잭슨의 미앤더골프코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박세리는 이군의 수술비에 보태 쓰라고 ‘작은 성의’를 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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