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경제정책 중심 잡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29 06:32

수정 2014.11.07 13:19


최근 경제상황이 상반기 예상보다 악화되고 현 정부 임기 말까지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흔들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정부는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맞춰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기업과 국민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혼란을 겪지 않고 경제가 안정을 잃지 않을 것이다.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산업생산이 32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고, 기업 설비투자는 여전히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가지수가 등락을 계속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우리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침체는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예기되었지만 소비자 기대지수 및 기업실사지수와 같은 주관적 경기지수와 미국경기가 회복된다면이라는 근거없는 가정을 바탕으로 정부와 일부 연구기관들이 하반기 경제회복을 전망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모든 연구기관들이 이제 현실로 돌아와 올 경제성장률을 4% 이하로 예측하고 있는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부양의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된다.
그러나 금리인하와 통화량 증가 같은 금융통화정책과 정부재정지출 확대와 조세 감면과 같은 재정정책은 반짝 경기의 회복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의 심화와 인플레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예기치 않은 다른 부작용들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양도소득세 감면을 포함한 지난 5·23 부동산경기 활성화대책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수준을 넘어 부동산투기를 야기해 물가불안과 주택 가격 및 전월세 가격 상승을 초래하여 실수요층인 서민층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월의 배당소득세 감면과 연기금 주식투자확대와 같은 증시부양대책은 단기적으로 주가지수의 상승을 가져오지만 경제회복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증시거품만을 초래하고 그 거품이 꺼지고 나니 빚을 내어 투자한 일반 서민들이 가계파산을 맞게된 것이다. 그 동안 단행된 금리인하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전혀 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려 물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추경편성과 그동안 취한 다양한 조세감면정책은 올해와 같이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불과 얼마 전에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지난 주말엔 집값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를 우려하는 등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다. 재경부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 시엔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적극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며칠 후 당정협의에선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여당과 업계의 경기부양 요구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세계경제 침체와 같은 외부환경의 악화를 견뎌내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고 지난 3년 간 많은 공적자금과 국가부채를 투입하고도 그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극복되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부양정책의 효과가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별 효과가 없고,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금융의 부실을 제거하고 꾸준히 구조조정을 하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적 경기부양에 국한될 수밖에 없음을 알려야 한다. 여당에도 앞으로의 경제정책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이 될 수 없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실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하고 정치나 집단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경제팀이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고 일관성있는 정책들을 추진한다면 우리 국민과 기업, 금융기관들에 확실한 시그널을 줄 수 있고 모든 경제주체들은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의 일시적 완화보다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재정과 정책을 집중한다는 것과 빠른 시간 내에 부실을 제거하고 정부의 간섭없이 시장기능을 통한 구조조정을 지속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부실을 제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선 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기업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회생 없이 금융부실 제거와 우리 경제의 회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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