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부과해 오던 자동차 보험료를 내년부터 제조회사, 차량 모델에 따라 차등부과하기로 한 것은 자동차 보험시장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에도 결정적인 전기가 된다. 동시에 보험업 고유의 시장 선도역할이 제대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 미칠 파급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업자가 지배하는 전형적인 공급자 시장이다. 특히 자동차는 기계공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전문적인 지식과 제품에 대한 정보 없이는 품질 판별이 쉽지 않으며 이는 공급자의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자동차 업종 고유의 속성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소비자의 선택기준이 기껏 배기량과 연비에 국한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것처럼 보험업 개발원 산하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제조업체별·모델별로 사고시의 손상정도와 수리의 용이성을 측정하여 보험료를 9등급으로 차등화한다면 이에 바탕한 소비자의 시장지배력 또는 선도역할은 지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지게 마련이다. 현재의 공급자 주도형인 자동차 시장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주도형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 자동차 제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품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인 전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70년대말과 80년대 초에 걸쳐 일본 소형자동차의 본격적인 시장 잠식에 맞서 미국당국이 배기가스를 중심으로한 각종 기준을 강화하자 일본 자동차업계는 오히려 이를 기회삼아 저공해·고안전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여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바탕을 마련한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보험료의 차등화가 보험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 제조업계 모두에 이익이 되는 순기능을 확대하자면 무엇보다도 차등화의 기준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 제도의 조기 정착 여부는, 자동차 제조업계의 반발 극복 여부는 정기적으로 실시할 충돌시험과 손해율 분석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