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생보사 최대위기-원인과 전망]역마진 눈덩이 ‘존립 위협’

오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30 06:33

수정 2014.11.07 13:18


생명보험사들이 생사의 기로에 몰려 있다. 초저금리 가속화에 따른 큰 폭의 자산운용수익 역마진 때문이다.설상가상 증시침체까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자산운용부문 손실규모가 더이상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보험사들도 저금리에 견디다 못해 줄줄이 쓰러진 일본 대형 보험사들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생보사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써 보지만 역부족이다.
자칫 자산운용에 실패하면 수천억원의 손실이 한순간에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 인원 몇백명 줄여 수백억원의 비용을 줄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보사들은 또 고육지책으로 고금리 저축성 보험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보장성보험으로 대체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고객들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생보사들은 이번주부터 종신보험 신규가입자들에 대해 암·뇌졸중·심근경색 등의 특약사항을 뺀 채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 가입자들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생보사들이 최근 거품빼기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는 인력감축은 금융계의 인력재편을 또다시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들 역마진 실태=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A사의 자산운용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른다. 반면 자산 운용수익률은 연 4.4%에 그쳐 생보업계 평균 4.7%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손익분기점인 7.9∼8.0% 달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의 금리 역마진폭이 3.5%포인트 수준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 회사의 경우 반도체 주식까지 대량 보유, 자산운용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주가 급락 때문이다. 또한 거래소시장에서는 2002년 중반이나 돼야 반도체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역마진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B생명의 경우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주식을 주가지수 510선에서 손절매하면서 지난 회계연도중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남은 주식도 주가지수가 최소한 650선까지는 올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생보사의 경우 연 9%안팎의 높은 확정금리로 내다 판 저축성 상품의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으며 이것이 금리 역마진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생보사들의 이같은 저축성 상품비중은 선진국의 30%수준보다 매우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보업계의 가장 확실한 자산운용수단인 아파트담보 대출 금리마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연 7%대에 머물고 있어 생보업계의 고민은 커져만 가고 있다.

◇생보사들 초강도 구조조정=계속되는 저금리시대에 주가침체까지 겹쳐 생보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집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익이 목표가 아니라 최소한의 손실로 회사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1개 생보사의 지난 6월말 현재 설계사수는 총 20만4581명으로 지난 3월말 21만4793명에 비해 무려 1만여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역마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던 여성 설계사를 대폭 줄인 결과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감원추세는 모집 인력구조가 완전히 바뀔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감원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자산운용 인력보강=자산운용면에서 계속되는 적자를 면치 못하자 생보사들은 자산 운용을 위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A생명의 경우 계열 증권사의 사장을 보험사로 옮겨 자산운용을 전담토록 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편 생보사들은 전문성을 갖춘 남자 프로 설계사를 내세워 고가의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보업계에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던 여자 설계사수는 줄어든 반면 지난 3월말 현재 남자설계사는 1만4034명으로 직전 1년동안 1만2000명 가량이 증가했다.

◇일부 생보사 자산운용손실 고객에 전가=이미 일부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특약에서 암,뇌졸중,심근경색으로 인한 진단부분을 제외하는 등 자산운용 손실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규가입자들이 이들 특약 제외대상이다.이들 3가지 특약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는 점에서 생보상품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또 연 9%수준의 고금리 확정상품에 대한 해지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이같은 유도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시장실세금리가 연 5%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고금리 상품가입자들이 해지요구에 응할리 만무하다.

◇기타 후유증 및 대책=이같은 역마진 현상은 주요 생보사들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저축성상품 판매 점유율이 높은 대형 생보사일수록 대규모 자산운용손실의 위험성이 큰 실정이다. 나아가 생보사들이 위기에 처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온전할 리 없다.생보사가 무너지면 그 여파가 투신권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에도 줄줄이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자산운용손실 증가로 주요 생보사들의 적자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의 증시상장 또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일부 부실 생보사 매각 등 생보업계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런점에서 저금리정책 가속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보사들의 자산운용리스크를 감안하면서 저금리 정책도 시간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생보사들은 이제부터라도 고금리 저축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높여가는 지혜를 짜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리스크 관리체계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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