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4%대의 저금리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31 06:33

수정 2014.11.07 13:17


은행들이 또다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은행예금 금리가 마침내 사상 처음으로 연 4%대에 진입했다. 오는 11월 통합을 앞두고 있는 국민 및 주택은행은 1년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종전의 5.4%에서 8월1일부터 4.9%로 0.5% 인하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합병은행의 금리인하는 곧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정기예금 금리수준은 지난 상반기중 물가 상승률 4.8%와 비슷한 것이지만 이자소득세(16.5%)를 빼고 나면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진 셈이다. 수신금리와 함께 대출금리 역시 처음으로 연 7%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랫동안 고금리에 시달리고 또 그 체제에 익숙해왔던 우리 경제 체질로서는 실감이 가지 않는 현실이다.


은행들이 잇달아 금리를 내리는 것은 은행에 돈이 몰려들고 있는데 자금수요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은행이 돈을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가치(금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4개월간 은행예금이 무려 26조원이나 늘어난 것은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은행금리의 인하는 또 한국은행이 올들어 2번에 걸쳐 콜금리를 내린 결과다. 외견상 당국의 저금리정책의 효과가 시중에 그대로 반영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금리가 가져오는 선순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시중자금의 흐름에 부작용만을 가져오는 데에 있다. 이자 생활자가 저금리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가벼워지고 이에 따라 투자를 늘리고 소비자들도 씀씀이를 늘려 경기가 활성화돼야 마땅한 일이다. 정부도 그런 효과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돈의 가치가 아무리 떨어져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하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던 주식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가 사치품 수입의 급증이나 전세난에서 나타나듯 부동산 투기같은 부작용만 심해지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어도 그 선순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찾아 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경기진작을 위해 아무리 금리정책을 편다 해도 실효가 없음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금리의 혜택만을 향유하는 한계기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일이 급선무다.
또한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주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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