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가계장기저축 및 신탁’의 일시 만기도래문제가 우리경제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 저축제도를 도입했던 재정경제부와 자금을 예치한 금융기관, 그리고 일반저축가입자 등 이 상품을 둘러싼 ‘3각주체’ 모두 오는 10월부터 집중되는 만기이후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소 2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단기 부동화할 경우 초저금리시대의 또다른 교란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만 최소 21조원 규모 만기 앞둬=지난 7월말 현재 주택·국민·신한 등 국내 11개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과세장기저축 및 신탁금액만 무려 21조2151억원에 달한다.
주택은행이 4조4240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국민(3조6902억원),신한 (3조3871억원),한빛은행(2조2701억원) 등의 순이다.
지난 96년 10월부터 98년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된 ‘비과세장기저축’상품은 상품 자체의 우수성과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가입권유로 초기가입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입최대기간 5년이 되는 오는 10월부터 만기해지자금이 쏟아질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예금대 대출비율인 예대율이 70%까지 떨어진 현 상황에서 ‘뭉칫돈’은 더이상 금융기관의 ‘군침’의 대상이 아니다.그저 일단 두고보겠다는 것이 금융계의 전략이다.그러면서도 은행들은 이들 돈이 일시에 이탈할 경우에 대비,각각 고수익상품을 내세우며 재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임수형 주택은행 수신팀장은 “정부에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 한, 은행측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낙관적인 정부,걱정많은 금융권=비과세 상품 시행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비과세상품의 만기가 한꺼번에 집중되지 않을 것이며,설사 만기가 몰린다고 해도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다.
박동규 재경원 소득세제과장은 “만기가 됐다고 해서 그 돈이 금융기관을 빠져나올 가능성은 적다”며 “만기금액을 소화할 만한 신 제도의 도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은행권의 전체 비과세 장기 저축 만기도래 예상액 21조원 중 10조∼12조원이 연말전에 만기가 도래하며,이 돈들은 사상유례없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은행권을 이탈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같은 심리는 기업은행이 자행직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기업은행 직원들 중 은행예금을 재테크수단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에 그쳤다.
◇우려되는 부작용=갈 곳을 찾지못한 서민의 ‘목돈’이 자칫 투기적인 곳에 몰리면 국민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투기에는 항상 ‘거품’이 함께하게 마련이며 거품형성과 제거 과정에서 근로의욕 상실이나 좌절감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권재중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을 이탈한 자금이 채권,주식투자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기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각종 여건이 개선돼야 하며 정부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jsham@fnnews.com 함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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