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반도체 경기 바닥 벗어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8.03 06:34

수정 2014.11.07 13:14


90년대 10년간 미국 경제를 장기호황으로 이끈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정보통신기술(IT) 혁명의 핵심에 있었으며 IT혁명은 높은 생산성의 증가를 통해 미국경제가 장기호황을 누릴 수 있게 했다.그러나 지금은 반도체 경기의 악화가 IT산업의 침체를 몰고 왔으며 세계불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올 2·4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지난 9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듯했던 일본 경제는 또다시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유럽까지 경기가 둔화되고 있으니 온 세계가 불황의 숲에 빠져 있는 꼴이 됐다.

그러다 보니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언제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정책 당국자들은 어느 나라나 대부분 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들을 내놓는다.그러나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나 오닐 재무장관도 경제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여러차례 밝혔지만 미국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실상 경기예측이나 진단이란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메릴린치의 전망으로 미국과 유럽 증권시장의 기술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반도체 경기를 나타내는 반도체BB율(수주량/출하량)이 6월의 0.9에서 7월엔 1로 증가하고 일부 반도체 업체의 수주량이 출하량을 웃돌고 있는등 바닥탈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IT불황이 오래갈 것이란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이들 중엔 실리콘밸리의 베테랑 최고경영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지난 4월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바닥론을 펼쳤으나 실제 상황은 더 나빠졌었던 사실도 있다.이번 메릴린치의 반도체 바닥 전망도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4·4분기부터 우리경제가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의 발언도 안이한 낙관론으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낙관론이 경제적 심리를 안정시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상황 인식으로 안이한 정책대응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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