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생보업계 구조조정-파장과 전망]인적·상품구조 지각변동 예고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8.19 06:38

수정 2014.11.07 13:02


초저금리로 극심한 금리역마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가 대규모 인원감축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역마진에 따른 손실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생보사들은 또 예정이율을 잇따라 내리면서 보험료를 올리는 작업에도 착수,앞으로 보험업계의 인적구조 및 상품구조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진출 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예정이율인하(보험료 인상) 바람은 이미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예정이율 소급인하 건의를 해놓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조만간 국내 생보업계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생보업계 구조조정 본격화=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우선 초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부터 촉발된 실세금리 하락으로 예정이율과 자산운용수익률간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이차손(금리에 의한 손실)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이는 국내 모든 보험사들이 함께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계 보험사와의 무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직 슬림화 및 정예화,상품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이 시급하며 이 또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진출 외국계 보험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고 은행과 투신 등 여타 금융기관들도 국내외 보험사와 연계,방카슈랑스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지연과 학연 중심의 영업방식이 지배적인 한국보험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외국계 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도 국내 생보사들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선진화된 영업 및 자산운용 기법 등을 내세운 외국계 보험사들의 영업이 한국보험시장에서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 등 구조조정 어떻게 이뤄지나=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삼성생명은 우선 분사를 통해 조직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최근 비용절감 차원에서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을 허용할 의향을 내비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비효율적인 조직은 과감히 정비해 효율경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삼성생명 등 국내 생보사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이에따라 삼성생명의 경우 우선 대리점 총괄부서인 AM사업부와 e비즈니스,채권관리,콜센터 등이 분사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텔레마케팅과 사이버마케팅 조직 등 신판매채널부문에 대해서도 분사가 검토됐으나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제외됐다. 자생하기에는 다소 시기상조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점포 역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우선 지역본부엔 경리 등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영업업무는 지점에 위양해야 한다는 것이 맥킨지의 조언이다.

지점과 영업소도 크게 축소될 것을 보인다.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91개인 지점을 75개 지점으로만 운영하며 1317개에 이르는 영업소도 1247개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접 지점 및 중소 도시의 지점들이 이번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본부와 지점 및 영업소의 폐쇄는 감원을 전제로 한다. 지난 7월 말 현재 7940여명에 달하는 내근직 가운데 35%인 2800명이 오는 2003년까지 정리될 전망이다. 일부는 분사와 관계사로 전출되며 희망퇴직도 실시될 예정이다. 명퇴지원금은 직급에 따라 최고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이와함께 설계사 조직에도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진다. 지난 7월 말 현재 5만 3617명인 설계사 수를 4만명까지 줄일 방침이다. 이 경우 설계사 25%가 삼성생명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삼성생명 구조조정 파장=국내 생명보험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선 삼성생명의 구조조정은 생보업계는 물론 손해보험사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역마진 공포에 떨고 있는 보험사들에는 좋은 표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전국의 생명보험 설계사 수는 총 21만4793명이다. 지난 98년 29만3398명에 비해 4분의1가량이 줄어드는 등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절약하기 위해 저능률 조직 및 설계사를 정리해왔으나 본격적으로 칼을 대지는 못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함에 따라 여타 보험사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사 예정이율 인하 통한 또다른 돌파구 모색=생보사 금리 역마진 파장의 후유증은 당장 고객들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예정이율 인하,즉 보험료 인상을 통해 역마진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생보사들의 속내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생보사들이 역마진을 극복하기 위해 썼던 방식이기도 하다.

일단 예정이율 인하바람은 라이나생명 등 국내 진출 외국계 생보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예정이율을 대폭 낮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같은 예정이율인하 바람은 국내 보험사들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형생보사들은 최근 금감원에 신규판매 상품은 물론,기존 판매된 상품까지도 예정이율인하를 소급적용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일본 금융당국도 예정이율 소급인하를 허용했으니 우리 당국도 그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보험사의 경영부실까지도 고객들이 책임지라는 것과 같은 처사여서 소급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오는 10월께 예정이율을 낮추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보험계 보험료 인상바람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보험 가입 희망자들은 예정이율이 낮아지기 전에 보험에 서둘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보험사들의 수익구조 악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보험사들의 숨겨진 부실까지 부각될 경우 초저금리 인하로 인한 생보사 경영악화는 앞으로 가일층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현재로선 보험료 인상은 시기적인 문제일 뿐 불가피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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