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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졸업’-의미와 과제]위기 아직도…‘우울한 잔치’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8.22 06:39

수정 2014.11.07 12:59


정부는 IMF 관리체제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보호라는 온실 안에 있던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는 데 갖춰야 하는 제도와 체제의 틀을 마련하는 데 IMF체제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양적인 측면에서 IMF관리 체제이후 우리 경제는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으나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소프트웨어의 정착은 현재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과연 우리경제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을 지는 험난한 과제로 남겨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제도적 장치 마련=정부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게 된 원인중의 하나로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것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IMF는 외환위기 직후 국제 투자자본의 유출과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고금리정책과 재정긴축을 권고하면서 한국 경제에 깊숙히 관여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는 깨졌고 차입경영 관행을 수익성 위주로 바꾸도록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국제적인 정합성을 갖도록 각종 기준을 제고한 게 가장 큰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부문에서는 사외이사제도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개선을 개선하고 부채비율 200% 기준을 엄격히 적용, 차입을 통한 무분별한 확장을 막아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전기를 마련했다.

금융부문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엄격히 적용하고 신자산건전성기준(FLC)을 적용해 담보대출에 안주하던 금융기관에 수익성 추구라는 새바람을 불러일으켜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특히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예에서 드러나듯 대형금융기관도 망할 수 있으며 건전성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룰’이 정해진 것은 소중한 소득이라고 박팀장은 지적했다.

노동부문에서는 노동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근로자 파견제,가변시간제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4대보험을 도입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잃은 것은 무엇인가=정부 관계자들은 외환위기와 IMF체제로 우리 경제가 잃은 것은 별로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금융 및 자본시장을 일거에 완전히 개방한 결과, 지구촌 경제의 어느 한쪽 부문에서만 풍랑이 일어도 우리 경제가 방파제도 없이 시장의 불안정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구조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금융회사들의 BIS비율이 높아졌다고 하나 국제적인 금융회사에 비한다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고 위험분석 및 위험관리능력이 초보단계에 있는 게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가 늘면서 가족의 해체가 급증했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현실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유치 증가와 외국 기업의 진출확대로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확산되고 IT산업 발전, 경기악화 등으로 소득분배 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은 ‘형평성’ 추구 경향이 높았던 한국 사회가 잃은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분배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경우 지난 96년 0.291에서 외환위기를 맞은 98년 0.316으로 대폭 높아졌고 지난 해(0.317)와 올해는 다소 더 확대됐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박해식 팀장은 “실업증가 등은 기존의 관행을 뜯어고치고 국제적인 기준에 우리 경제를 맞추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자 당연히 감내해야 할 것”이었다고 말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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