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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초대석]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들에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고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 99년 벤처 붐이 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코스닥시장은 이제 벤처기업들에는 하나의 ‘성공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느냐의 여부로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졌지만 수많은 기업 중에서 아직도 654개 기업만이 코스닥에 올라와 있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코스닥 등록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처럼 기업이 한단계 성장을 위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코스닥시장등록은 코스닥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등록심사라는, 대단히 민감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큰 잡음없이 위원회를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심사관행과 원칙의 일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평한다.

정위원장을 만나 향후 코스닥 심사 방향 및 시장 관리방안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을 들어봤다.

<대담=최원석 증권금융부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군요. 그동안 등록심사 업무를 맡아 일하면서 느낀 소감이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3월13일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당시는 공교롭게도 코스닥지수가 최고점인 283.44를 기록한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한때 까다로운 등록심사 때문에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는 억측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해가 다 풀린 것 같습니다. 미국경제가 지난 10여년간 장기호황을 누린 것은 나스닥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시스코·인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나스닥시장을 통해 성장했고 이는 곧 미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코스닥시장도 외환위기 이후 산업구조조정, 고용창출 등 우리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동안 중소 벤처기업들에 필요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성장의 토양을 제공해 왔습니다. 물론 일부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저질렀던 것도 사실입니다. 코스닥시장의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으로서 시장을 믿고 투자해온 선의의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가 가장 안타깝고 힘들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취임당시만 하더라도 활황이던 코스닥시장이 지금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아울러 장기적인 코스닥 발전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증권시장의 침체는 경제환경의 악화에서 출발했지만 수급불균형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인한 신뢰 상실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죠. 대외적으로 IT산업의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해 나스닥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원인입니다. 코스닥시장은 장기적으로 중소 벤처기업중심의 신시장으로 거래소시장과 차별화된 지식정보산업 및 벤처기업 육성의 산실로 키워야 합니다. 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투자자 보호와 자율적이고 건전한 시장 운영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를 위해 시장참여자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시장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치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런 발전과정을 거친다면 코스닥시장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시장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고 각국 신생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코스닥심사는 해당기업에는 사활이 걸린 민감한 일입니다. 심사과정에 있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십니까.

▲코스닥등록심사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코스닥위원회의 심사는 성공하는 기업을 통과시키고 실패하는 기업을 떨어뜨리는 ‘선별작업’이 아닙니다. 등록심사는 전문적이거나 그 분야에 해박한 사람이 아닌, 일반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투자해도 될지 등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즉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돼도 좋을지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죠. 공개된 주식시장에 올라오는 만큼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만한 투명성을 갖췄느냐 여부도 중요한 심사기준의 하나입니다. 기업운영 목표가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지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매출액이나 수익구조, 사업성, 재무안정성 등을 심사의 중요 기준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이런 큰 원칙을 준수했는지를 구별해내는 도구일 뿐입니다. 코스닥등록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기업이 실패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주식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는지, 또 기업투명성과 주주이익을 얼마나 추구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코스닥 진입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과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십니까.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대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자금과 인력을 모두 독식해 왔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코스닥시장이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코스닥등록을 지상과제로 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일부 모럴 해저드가 있지만 등록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닙니다. 기업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고 기업이 노력한 만큼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등록에 성공한 이후 모든 목표가 달성된 듯 기업경영에 소홀하거나 자본차익에만 몰두해서는 안됩니다.

-코스닥등록을 준비중인 기업들이 많아 심사물량이 적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심사적체를 위해 기준을 변경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등록예비심사청구가 늘어나면 수급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심사대상기업의 숫자를 조절하는 것은 해서도 안되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심사적체가 발생할 경우 등록에 걸리는 시간이 다소 늦춰질 수는 있어도 의도적으로 탈락률을 높이는 방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심사관행과 원칙의 일관성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스닥시장이 최근 거래량 감소에 시달리는 등 침체를 겪고 있는 이유를 등록기업 급증에서 찾는 시각도 있는데 좋은 기업이 많이 들어오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의 질도 향상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규 등록기업이 많다고는 하지만 자본금 규모로 볼 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심사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다 보니 등록을 원하는 기업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심사통과율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코스닥시장과 관련해 변동성이 크고 투기시장이라는 견해도 많습니다. 이는 진입에 비해 퇴출관련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같습니다. 코스닥 퇴출과 관련해 평소 갖고 있는 소신과 퇴출관련 규정개정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코스닥시장은 유망 중소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거래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등록요건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진입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시장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부적격 기업들을 조기에 퇴출시키는 효율적 퇴출기능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현행 퇴출제도는 부도나 자본잠식 등 일정한 퇴출사유에 해당되는 기업에 대해 기존주주 보호나 부실법인 회생을 위해 일정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소극적 시장관리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부적격 기업들이 시장에 장기간 머무르게 되고 이들 기업에 대한 투기적거래로 투자자본 배분의 왜곡이나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시장 신뢰성과 안정적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만큼 코스닥위원회에서도 현재 퇴출제도 개편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증권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 다양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퇴출유예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건전화 방안으로 가격변동성을 줄이면서 시장기능에 의한 가격결정이 이뤄지도록 오는 10월15일부터 코스닥지수가 10% 하락했을 때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크제도를 도입하고, 내년 1월초에는 상하한가폭을 15%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등록심사를 통과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아울러 코스닥등록을 원하는 벤처기업의 경영자들에게도 한말씀 해 주시지요.

▲단순한 얘기지만 가장 큰 차이는 기업공개(IPO)에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는 것입니다. 코스닥등록은 폐쇄적 기업에서 벗어나 회사를 일반대중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등록준비기업들은 위원회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발행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코스닥등록을 계획해야 합니다. 회사에 대한 마인드도 바꿔야 합니다. 비록 회사지분을 많이 보유해 경영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회사가 개인소유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등록을 준비하다 보면 회사의 잘못된 과거 관행들이 대부분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과감히 청산하고 등록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회사는 새롭게 태어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코스닥기업에 투자를 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코스닥시장에서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전에는 해본 적이 있지만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주식을 사본 적은 없습니다. 코스닥시장의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지위에서 주식투자를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불과 1~2년전 벤처열풍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묻지마 투자’에 가세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기업이 어떤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재무안정성은 어떤지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한 수익모델을 지니고 있고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기업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돼 있습니다. 월가의 유명한 펀드매니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터 린치가 “주식투자는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추구하기보다 그 기업을 사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듯 기업내용에 투자하는 자세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정홍민기자>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약력

▲53세

▲경북 월성

▲경북고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

▲미 벤더빌트대학원

▲제1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재무부 관세국

▲재무부장관 비서관

▲재무부 국제금융과장

▲재무부 총무과장

▲주 뉴욕 재경관

▲재정경제원 국제협력관

▲재경경제부 국고국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