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IMF체제 졸업 이후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8.26 06:40

수정 2014.11.07 12:57


지난 8월 23일 우리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IMF로부터 빌렸던 195억 달러 중 남은 1억4000만 달러를 모두 갚음으로써 드디어 우리나라는 IMF체제를 졸업하게 되었다.지난 97년 말 외환보유고가 39억 달러도 채 되지 않아 국가가 부도사태에 직면하여 IMF의 간섭을 감수하면서 돈을 빌려올 때를 돌이켜보면 3년이나 앞당겨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는 것은 자축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IMF졸업의 이면에는 아직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무엇보다 우리 돈으로 25조원에 이르는 IMF빚을 갚았지만 그 대신 지난 3년간 국가부채가 60조원 이상 증가했고 공적자금이 140조원 이상 투입되어 IMF빚의 몇 배에 이르는 국내 빚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어떻게 보면 국내 빚을 얻어 해외 빚을 갚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구조 취약성 여전

그리고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여 IMF경제위기를 초래한 주요원인 중의 하나인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기업과 금융의 부실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 경제를 하루 아침에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의 잠재부실이 남아 있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기업의 부실은 여전히 금융기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현대계열사·하이닉스반도체·대우자동차와 같은 부실대기업들의 처리가 갈피를 못잡고 있는 등 시장경제의 원리가 정착되기엔 아직 멀었다.

최근 미국과 세계경제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우리 기업의 수출이 6개월 째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겉으로 나타난 실업률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서민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져서 서민들에게는 IMF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낮아진 금리에도 불구하고 돈 구하기가 어려워 파산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일부 대기업들이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결과로 사채발행에 숨통이 트이고 있고 올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40조원에 가까운 회사채들도 그럭저럭 만기연장이 가능할 예정이지만 물타기 금융상품을 이용하여 문제점을 연기하고만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IMF졸업을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되살아나야 한다.그리하여 수출이 증가하고 고용이 증대되어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그리하여 IMF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서민층과 중소기업이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시급히 철폐하는 동시에 구조조정이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되어 기업부실을 정리하고,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능력껏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 5일 근무제와 같이 현시점에서 기업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가 기업살리기를 할 의지가 있는 나라인지 의심케 한다.그리고 관치금융과 관치경제가 사라져 시장경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국유화되다시피 한 시중은행들의 민영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부실기업의 회사채 만기연장과 채권단 출자전환이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원리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갈등 극복 국민 통합 이뤄야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IMF 구제금융 이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국가부채를 IMF 위기 이전으로 줄여서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해야만 한다.지난 3년 동안 늘어난 국가채무 60조원과 공적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보증채무 104조원을 상환하여 균형재정을 회복하지 않는 한 IMF를 완전히 졸업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IMF 이후 악화된 소득분배의 불평등 문제가 완화되어야 한다.불평등 문제는 재정정책이나 사회복지정책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경제가 살아나서 중산·서민층의 실업이 감소하고 월세파동과 같이 가진자들의 부당한 재테크 기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지난 97년 IMF경제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정치불안이 완화되어야 한다.완전한 정치안정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개혁입법과 민생관련 입법들이 정쟁으로 인해 통과되지 않고 정치가 계속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경제위기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남북문제와 같이 경제살리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론분열을 초래하여 국민통합만 해치는 사건들은 하루 빨리 마무리짓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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