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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부상하는 중국에서 배울점


중국의 경제 발전은 한마디로 경이적이다. 지난 97년 이후 많은 아시아 국가가 외환위기 속에서 경기침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 유독 중국만이 안정 속에서 연간 8%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5%에 이른다.

온 세계가 동시 불황을 격고 있는 지금도 그 증후군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가 중국이란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중국은 지난 1·4분기에 8.1%의 높은 성장을 나타냈다. 향후 전망과 자심감 또한 충만하여 중국사회과학원은 2005년까지 5년 동안의 성장률이 연평균 7.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는 11월경으로 예정되어 있는 국제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결정으로 이 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고양되었다. 오죽하면 베이징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던 날 런민르바오는 ‘이제 중국의 시대’라고 선언했겠는가. IMF도 앞으로 10년 뒤에는 중국이 세계총생산의 20%를 차지하여 16%에 그칠 미국을 앞지르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치적 안정과 강력한 리더십

이와같이 강력한 경제대국을 이웃에 두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다. 13억의 인구가 광활한 시장이 될 수 있고 상호 보완적인 산업 및 기술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 추구가 가능한 것은 이점이다. 반면 종전의 노동집약 산업에서 도약, 자본·기술집약적 제품에까지 경쟁력을 갖추어가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오늘날 세계가 두려워하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웃의 발전을 부러워하거나 두려워하기 전에 발전의 비결을 찾아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 첫손에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안정과 강력한 리더십이다. 끝없는 정치싸움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잦은 정책변경과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한 우리와는 비교자체가 안 된다.

둘째는 그랜드 디자인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관된 정책과 정부의 솔선수범이다. 그들은 78년 개혁 개방 정책을 표방한 이후 지금까지 10차례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추진하며 가난극복에서 중진국에 이르는 3단계발전론과 동부해안 지방을 먼저 발전시키고 그 효과를 내륙으로 확산시킨다는 선부론(先富論)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82년이후 4 차례에 걸쳐 중앙정부의 기구를 개편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민간에게는 모범을 , 외국투자가에겐 신뢰를 안겨주었다.

셋째, 관료들의 전문성과 서비스정신이다. 각 성(省)마다 외자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공장 설립 신청서를 내면 길어야 2주일 안에 모든 행정절차가 끝난다고 한다. 관료들이 한자리에 5∼10년간 근무하는 것은 보통이다. 전문성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세계 500대 기업이 아니고는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호언할 정도다. 외국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가 최소한에 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넷째, 인력양성과 그들의 자본주의적 사고이다. 한적한 대학촌이었던 베이징의 중관춘이 불과 10년안에 1만5000명의 과학기술 인력을 보유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발전한 것은 꾸준한 인력개발과 기술투자의 결과다. 중국전역에서 불고 있는 영어 열풍 또한 광적이라 할 정도다.

▲관리들의 자본주의적 사고 철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관리들의 자본주의적 사고도 철저하다. 이미 한국의 관계나 재계에서 지적된대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이다. 중국의 경제상황을 둘러보고 온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에 의하면 중국관리들은 사회주의나 자본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주의(Goodism)’가 더 중요하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통한 실용주의라 할 수 있다. 관리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도 시장경제 마인드가 확고하게 자리잡혀 돈벌이를 통해 신분의 상승을 꾀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며 이같은 분위기는 곧바로 나라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공개시험을 통해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공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지역발전에 시장경제를 아는 젊은 인재가 필수적이란 사실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부러워하며 벤치마킹하던 중국은 이제 한국에서 배울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실패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할 정도다. 멕시코가 이제 한국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고 공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앞으로 한국은 거꾸로 중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때마침 중국경제 발전의 원동력과 교훈을 얻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중국전문가 포럼’이 이달 중순에 발족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경련에서도 중국위원회를 구성하여 중국연구에 나설 계획이라 한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중국의 발전모델을 교훈삼아 우리의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