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유임된 경제팀의 각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09 06:44

수정 2014.11.07 12:46


각종 경제지표들이 최악의 경제상황을 예고하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한 내수마저 부진한 양상을 보이며 이대로 가다간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입금 상환으로 IMF관리체제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경제 속사정은 점점 악화일로의 길을 걷고 있다. 일반 시민들조차 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는데 경제난 해결에 앞장을 서야 할 정치권이 정쟁만을 일삼더니 결국 지난 7일 이로 인해 부분 개각이 단행되었다. 경제팀의 주요 멤버들은 그대로 유임되었다.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의 동시 추진이라는 경제정책의 기본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면 적어도 장관 교체시 발생할 정책 혼선과 또 다시 반복될 업무파악, 정책수립 등의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지금의 경제난이 경제관료만의 책임은 아니며, 현재와 같은 급박한 경제상황에서는 정책 담당자만 자주 바꾼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보다 전향적으로 결론을

그러나 이번 9·7개각으로 재신임받은 현 경제팀이 현재의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에서 경기회복의 기반을 다지면서 거대 부실기업의 처리와 함께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의 마무리라는 임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임무를 어떻게 하느냐에 경제팀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나아가 우리 경제의 앞날이 여기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이제까지의 진념 경제팀의 행적을 보면 소신 있는 정책 추진보다 여론에 편승해 정책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조짐에 대응하는 방식도 마지못해 끌려가는 형국을 보이다 보니 적기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30대 기업집단지정 제도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도 경제팀 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경기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물론 현 경제팀의 그간 노력이 아주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사기진작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대폭 완화하고 창업과 금융분야 등에서의 규제 완화도 적극 검토하는 등 규제완화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아직 부처간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기업활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규제완화에 대해선 보다 전향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기업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결론을 선뜻 내리지 못하는 것은 기업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기인하는 바 크다. 기업은 규제완화를 악용하지 않고 진정 경쟁력을 키우고 체질을 강화하는데 활용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어떤 이유에서든 경제팀은 유임이 되었고 이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전보다 더 새로운 각오로 경제 운영에 임해야 한다. 정보기술(IT) 산업 경기침체에서 유발된 전세계 경기불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진념경제팀에 바라는 것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치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제팀들이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얼마 전 취임 1주년을 맞은 인터뷰에서 시스템개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진부총리의 의지가 후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다만 거대기업 부실화와 경기회복 문제에 대해서는 가시적으로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우차,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등 현안 해결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불리한 여건이긴 하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한다.

강봉균 원장의 지적처럼 이대로 가다가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전체가 동참해 타개책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강도높은 수출드라이브 등 기업의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따른 선심성 정책 논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경기침체의 악순환 구조를 경기회복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일도 시급하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그나마 국민의 혈세와 피땀으로 이룩해 놓은 구조조정의 성과들이 일시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뒷전으로 밀려난 경제문제를 국가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고 국민적 역량을 경제위기 극복에 결집시키는데 경제팀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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