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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급감 ‘경보’] (중) 다른 나라 상황은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09 06:44

수정 2014.11.07 12:45


세계적인 할인 유통점인 A사는 지방에 매장을 세우기 위해 교통영향평가심의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냈다. 여러번 보충서류와 요구안을 다시 갖췄는데도 3차에 걸친 심의에서 퇴짜를 맞았다. 단체장은 심의위에 이 회사의 신규입점 심의 보류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완강한 입장에 밀려 매장설립을 포기하고 다른 부지를 찾고 있다.

지난 99년 외국인 투자 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 도움을 주기 위해 개설된 ‘외국인 옴브즈만 사무소’에는 올 6월까지 807건의 애로가 들어왔다. 정부가 투자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힘’이 부치는 현상은 곳곳서 감지된다.
이러는 사이 세계 각국은 놀랄만한 속도로 투자유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중국 개방후 투자유치에 탄력=미국은 80년대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국적 기업의 투자유치 필요성을 절감했다. 유럽자본은 미국의 고(高)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선호하며 ‘보조’를 맞췄다. 열풍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전체로 번졌다. 규제도 폭발적으로 풀렸다. 이런 바탕위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 활성화가 큰 몫을 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은 외국인 투자 상위 5대국 반열에 올라 있다. 우리는 99년 기준으로 103억달러(도착기준)를 기록, 16위를 기록했다. 물론 이들 국가의 외자유치 환경이 우리와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박청원 산자부 투자진흥과장은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도 대만, 필리핀, 인도네이사에 자리잡은 ‘화교자본’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제도적 미흡함에도 불구,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거대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금융 뿐 아니라 제조업종의 강력한 투자대상지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중기유치·지자체 협력 강화 등 특화 필요=중국이 79년부터 98년까지 쌓은 외국인직접투자액은 2570억달러.이가운데 91%인 2339억달러가 92∼98년 들어왔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더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떠오르면 상대적으로 곤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다. 구미 선진기업들이 아사아 진출 거점으로 선택하는 게 중국과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강선구 위원은 “중국의 노동력과 거대시장을 능가할 투자매력도가 증진되지 않는다면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은 별도의 투자청이란 기구를 설치해 외자유치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규제를 완화해 기업투자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투자인센티브 등을 주고 있는 점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등은 소위 ‘타깃 정책’을 펴면서 기업유치에 열심이다. 이들 국가는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해도 자국에 꼭 필요한 기업을 선정해 투자에 필요한 여건을 사전에 준비, 제공하는 시스템을 잘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향을 감안, 앞으로 투자유치 전략을 좀더 ‘특화’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높다. 소규모 투자지만 높은 기술수준을 갖춘 선진국 중소기업을 유치해 부품 및 소재 위주의 기반산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하병기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외국인 투자는 지자체가 인력보강을 통해 분명한 투자목표를 갖춘 후 중앙정부와 유기적 연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밝힌 유치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은 수도권 등 특정지역으로 예산이 오히려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I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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