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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투사 모럴해저드]간판만 창투사…벤처육성 내팽개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09 06:44

수정 2014.11.07 12:45


벤처기업들의 자금원이라 할 수 있는 창투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까지 도달, 이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창투사들이 각종 불법·편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법정의무투자비율 준수는 소홀히 하면서도 사장이나 임원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선 과다한 자금을 대여해 회사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 또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대명제를 저버리고 음식점업이나 금융업 등 투자금지업종에 투자하는가 하면 심지어 전문인력이 확보되지도 않은 채 창투사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

◇불법행위 실태=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창투사는 모두 145개. 지난 99년 벤처붐과 코스닥붐을 타고 우후죽순 늘어난 벤처캐피털사들은 경쟁심화로 설 땅이 좁아지자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여기에다 코스닥시장이 정보기술(IT) 경기침체로 장기 부진에 빠져들자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창투사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중소기업청이 9일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창투사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들어 실사가 이뤄진 16개 창투사 가운데 무려 11개사가 관련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비젼창투는 유사수신행위에 관여했으며 전문인력이 확보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창투사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운영실태 조사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던 포비젼창투는 결국 등록이 취소됐다.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는 창투사 투자금지업종인 음식점업과 금융업에 자금을 투자, 본업을 내팽개쳤다. 또 명문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 특수관계인에게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다른 회사와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비상식적’ 회사운영을 했다.

또 그래닛창투와 아이베스트창투, 아이엠엠창투는 회사대표·임원·주주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그래닛창투는 등록 후 2년내 납입자본금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함에도 불구, 투자비율이 8.0%에 불과했다. 동양창투와 코미트창투는 창업자에게 보증을 서주는가 하면, 아스텍창투는 투자목적이 아닌 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모럴해저드, 엄격히 규제해야=사실 창투사들의 모럴해저드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중기청은 벤처캐피털 운영실태조사를 벌여 3개사를 퇴출시켰고 올들어서도 포비젼창투에 대해 등록취소 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투사들의 불법·편법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45개 창투사를 한꺼번에 일제점검,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관련인력이 부족하다”며 조사능력의 한계를 토로했다. 현재 중기청은 관련민원이 접수되거나 부당행위에 관한 소문이 돌고 있어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회사를 선정,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창투사들이 유사수신행위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창투사 관리규제업무를 금융감독원에 넘겨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회사는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psgull@fnnews.com 정홍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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