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ADB가 지적한 ‘도덕적 해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3 06:45

수정 2014.11.07 12:42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2001 아시아의 기업구조조정’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의 대표적 수단으로 도입한 ‘한국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제도가 도덕적 해이 때문에 사실상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워크아웃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이 도덕적 해이에 있다고 지적받은 점이다. 국제적으로 책임 있는 기구로부터 ‘도덕적 해이’를 지적받은 것은 국가신인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져야 할, 당연히 책임을 물었어야 할 경영자가 워크아웃 중에도 경영에 직접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워크아웃 기업에는 이 있을 수 없는 일이 그대로 묵인, 또는 허용됨으로써 자산매각을 포함한 과감한 경영혁신은 뒤로 밀려나 지원해 준 금융기관에 새로운 부담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워크아웃 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는 사회전반에 만연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은 지난 4년동안 명예퇴직금으로 1조1558억원을 지급했고 임원 임금 인상률은 최저 40%, 최고 261%에 달한다. 국민 1인당 부담이 251만원이나 되는 115조9840억원(회수불능 31조5000억원, 이자 55조9627억원 포함)의 공적자금 수혈로 겨우 정상화의 길을 찾은 금융기관이 자구노력보다는 명예퇴직금 잔치를 벌이고 있고 이러한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워크아웃 기업 역시 사실상 자기 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정위기 속의 건강보험공단 인건비는 다른 복지공단의 2.7배나 된다. 또 통계청은 ‘담당자의 실수’로 실질임금을 실제보다 부풀린 통계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려고도, 또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이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웅변하는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이러고도 구조조정이 잘되기를, 경제 살리기가 제대로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기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정치고 경제라면 우선 온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부터 추방하는 것이 옳다.
작게는 무사안일, 크게는 사리를 앞세운 공익 왜곡 풍조 추방을 통해 지도계층부터 솔선해서 도덕재무장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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