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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 대참사]정부, 재정확대·유동성 집중 지원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4 06:45

수정 2014.11.07 12:41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경제불안에 정부가 총체적 비상대응을 본격화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14일 경제장관·경제단체장 합동간담회에서 특단의 대책과 노력을 촉구하고,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한국은행이 부문별 대응책을 내놓은 것은 ‘테러쇼크’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경기부양과 금융·외환시장 안정, 수출확대, 원유수급, 물류 원활화 등을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대책을 망라해 내놓았다. 핵심은 역시 재정과 유동성 지원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중에는 기존 대책들이 많지만 운용방식을 비상 가동체제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른바 ‘3단계 비상대책’의 핵심인 재정지출 확대 방안도 윤곽이 좀더 뚜렷해졌다.
정부는 이날 연말 예산불용액을 더 줄이고, 내년 경기진작용 투융자 예산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2차 추경예산’은 가급적 짜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채발행 등을 통한 고강도 추가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추가경정예산 대신 경정예산=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2차 추경은 지금 편성해봐야 국회에서 내년도 본예산과 같이 논의되고 집행도 결국 내년에 될 것이므로 전혀 실익이 없다”면서 “차라리 내년도 본예산을 조정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재경부도 같은 생각이다. 재경부는 다만 10조원에서 5조원으로 줄이기로 한 올해 예산불용액을 더 줄여 재원을 만든 다음 ‘경경예산’을 짜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연말에 다가갈수록 불용액 규모가 분명해지는 만큼 이를 정밀 심사해 2조원 정도를 확보한 뒤 경기부양용 지출로 돌리자는 것이다. 이는 기존 예산안에서 지출항목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이 아니라 ‘경정예산’이 된다. 재경부는 이같은 ‘마른 수건 다시 짜기’식 예산염출로 재정정책의 사각지대가 되기 쉬운 연말연시에 효과적인 경기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예산은 경기부양용 사업비를 최대한 늘리고, 세입이 줄더라도 세출만큼은 규모를 유지하는 적극적인 재정집행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단계는 국채발행=정부는 국채발행 등 본격적인 적자재정을 의미하는 수준의 고강도 재정확대정책도 최악의 경우 동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세계경제가 전시상황에 돌입하고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하게 악화돼 실업사태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서다. 국채발행은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큰 사안이다. 진념 부총리가 14일 추가 국채발행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야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단 것도 이 때문이다.

◇비상대응체제 가동=전시에 준하는 위급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책도 정비됐다. 정부는 중동위기로 인해 석유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있을 경우 민간 석유사업자들을 상대로 수급조정명령권을 발동하기로 했다. 석유수입·정제·판매 등 모든 과정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금융비상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돌발적인 금융불안사태가 빚어져 뱅크론(예금 집중인출)이 일어날 때는 한은에서 돈을 찍어서라도 소요 현금 전액을 즉시 공급해주기로 했다.
또 외환시장에서 긴급한 외환소요로 환율이 급등할 때는 한은이 별도로 운용중인 달러 ‘유동성 트란셰(liquidity tranche)’를 활용해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키로 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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