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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실력으로 승부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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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7년전 마이너리그 시절이 떠 올랐다.지금이야 비행기를 타고 싶어도 테러 후유증 때문에 못타지만 그때는 달랐다.비행기는 꿈도 꾸지 못하고 거리에 상관없이 무조건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왕복 20시간이 걸린 때도 있었다.하루 18달러 식사에 잠도 65달러짜리 싸구려 호텔에서 자야 했다.

16일(한국시간) 오전 벤츠를 몰고 연습장을 향해 가던 박찬호(28)는 7년전 마이너리그 시절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큰 꿈을 가지고 처음 미국땅에 발을 디뎠건만 마이너리그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그 이후 처음으로 박찬호는 지금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대륙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테러로 메이저리그가 중단된 것이 바깥의 근심이라면 슬그머니 ‘4선발’로 밀려난 자신의 처지는 분명 내부의 걱정거리다.박찬호는 안팎으로 겹친 불행으로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처음으로 10일 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다.

박찬호는 오는 22일 오전 11시10분 무려 11일만에 홈 마운드에 선다.상대는 서부지구 1위 애리조나.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꺾어야 한다.다저스의 절박함보다 박찬호 자신의 자존심 회복이 더 급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인 24차례의 퀄리티스타트(7이닝 3실점 이내)를 해준 것도 부족해 자신을 4선발로 밀어낸 코칭스태프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내기 위해선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길 뿐이다.코칭스태프가 오판을 뼈아프게 후회하게 만드는 것만이 실추된 명예를 되찾게 해줄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박찬호는 애리조나와 2차례 맞붙어 1승을 기록했다. 2번 모두 7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6월 5일 적지에서 곤잘레스와 카운셀에게 홈런을 허용하고도 승리를 챙겼고 6월 21일엔 홈에서 단 3안타를 맞고도 운이 따르지 않아 승을 놓쳤다.분명한 것은 이번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로스앤젤레스=성일만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