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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내일을 조명한다] 경북 구미 산업단지(상)


남구미 IC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찌를듯한 공장굴뚝들이 우뚝 솟아있고 내노라 하는 국내 굴지 기업들의 웅장한 간판에 새겨진 로고가 선명하다. 잘 닦여진 바둑판 모양의 도로 위에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공단 곳곳에선 산업역군들의 숨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수출 한국의 1등 공신’임을 자부해 온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산업 중점육성 단지인 이곳은 포항의 철강산업, 창원의 기계산업, 울산의 자동차산업 등 동남권역과 산업벨트를 이룬 국내 최대의 내륙 산업단지다.전국 38개 산업단지 가운데 울산에 이어 두번째로 조성된 이곳의 총 면적은 1707만㎡로 서울 여의도의 2배에 달한다.지난 68년부터 공단조성에 닻을 올린 뒤 73년 지역지정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로 지정됐고 96년 1, 2, 3단지가 완공됐다. 540개업체에 고용된 인력만도 6만6200여명으로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다.

◇수출 활로 고민=그러나 이런 웅장함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다지 밝은 표정만은 아니다.전자와 반도체·화섬업 등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전 업종이 수출차질로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재고품을 창고에 꽉 채우고도 모자라 주차장에까지 빼곡히 쌓아둔 업체가 한두곳이 아니다.

올해 구미산업단지의 총 수출액은 93억3600만달러(총 생산량 1조4450억원).

이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의 수출액이 7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반도체, 정보기술(IT)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하지만 전기전자의 수출실적이 지난해 같은기간의 75억3900만달러 보다 7.2%나 감소, 휴대폰을 제외한 LCD·TV·브라운관·모니터·반도체 등 거의 전 품목이 수출활로를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반도체 수출가격은 1달러에도 못미치고 있고 다른 제품들은 대만 등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 89.4%의 가동률을 보이던 이 지역 전자업계의 가동율이 올 7월 현재 75.9%로 뚝 떨어졌고 수출은 물론 수입물량도 크게 줄어 ‘전자산업의 메카’라는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자와 쌍벽을 이루던 화섬업계는 이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새한은 워커아웃에 들어가 있고 금강화섬은 화의신청을 해놓은 상태며 대하합섬은 법정관리 중이다. 1, 2, 3단지의 540개 업체 중 4.4%인 24개 업체가 기계가동을 멈췄다.

◇가동률도 하락=전자산업의 경우 지난해 불어닥친 반도체 가격의 하락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장기불황, IT산업의 침체, 대규모 구조조정 등에 따른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이 수출부진과 가동률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줄줄이 도산위기에 직면한 화섬업계는 업체간 출혈경쟁과 시설과잉투자, 채산성 하락, 공급과잉 등이 맞물려 동반 몰락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하반기 역시 유가상승에 따른 생산비 부담 가중과 물가불안,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 박우택 정보조사부장은 “수출부진에다 소비위축까지 겹쳐 전체 기업체의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당초 전망도 차츰 불투명해 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설립 이후 매년 20%씩의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구미단지의 저력은 살아있다.곳곳에서 작은 힘들을 모아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있다=입히는 1회용 기저귀 하나만으로 일본과 대만 중국 싱가폴 등에 수출, 성장일로를 걷는 탄탄한 기업이 있다.유니참이 주인공. 지난 93년 쌍용제지로 출발한 이 회사는 99년 3월 일본계 기업으로 소유구조가 바뀌면서 IMF 외환위기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다.종업원 114명으로 중소규모에 불과하지만 올 7월 현재 생산액이 142억원, 수출은 79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알차다.

이 회사 이두환 사장은 “지난 95년 유한킴벌리와의 특허권 분쟁에서 패소, 가동을 중단했을 때가 가장 아찔했다”며 “다른 업체들은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다고 난리인데 올해 임금을 오히려 4.5%나 인상했다”고 말했다.


염색, 가공한 섬유를 다림질을 하는 ‘텐타’ 전문생산업체인 일성기계공업은 섬유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39년동안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미공단의 터줏대감이다.올 7월 말 현재 2237만달러어치의 ‘텐타’를 중국에 수출한 이 업체는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저력을 과시했다.

이 회사 최상묵 김원묵 사장은 “7∼8년 동안 기계를 수입해 온 중국이 이제는 기계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러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수출지역 다변화 등을 통한 불황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eajc@fnnews.com 이재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