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변신하는 재계-전문경영인체제 정착] 남정우부회장 그룹 지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7 06:46

수정 2014.11.07 12:40


한솔은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장 잘 정착된 그룹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제지를 비롯한 제조사업군에서는 주로 한솔제지 출신들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일선에 배치됐으며 금융 및 정보기술(IT) 사업군에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입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인희 고문의 세 아들인 조동혁·동만·동길 부회장은 각자의 경력과 역할에 따라 관심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남정우 그룹총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들이 사실상 각 계열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그룹 공통의 문제나 계열사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사장단회의에서 결정한다.

전문경영인 최고의 자리에 있는 남정우 부회장은 지난 66년 한국비료(현 삼성정밀화학)에 입사한 뒤 삼성건설과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거쳐 97년 이후 한솔에 몸담고 있다.마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IMF 이후 불어닥친 위기를 슬기롭게 돌파해 왔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남부회장은 “제지 등 굵직한 계열사 자산을 매각한 뒤 외부에서 ‘한솔에 남은 것이 뭐냐’고 말할 때 가슴이 아팠다”면서 “제지는 자산을 팔았지만 동남아 등 시장을 얻었고 한솔엠닷컴을 팔아 새로운 e비즈니스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구조조정의 성과를 설명했다.

강석주 한솔케미언스 대표이사는 경기고와 연세대 상경대를 졸업하고 68년 삼성그룹에 들어왔다.83년 전주제지로 옮긴 뒤 제지 관리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쳐 93년부터 한솔케미언스(옛 한솔화학)를 담당하고 있다.지난해부터 기존 제지와 관련한 화학업종에서 벗어나 정밀화학·생명공학을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장광소 한솔금고 대표는 동래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30년간 상업은행에서만 일해온 금융전문가.상업은행 재직당시 99년 한일은행과의 합병과정에서 합병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장대표가 한솔금고의 사령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부국금고와의 합병을 한달 정도 앞둔 99년 12월.부실채권만 5200억원에 달해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이후 부실채권 매각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6월 도이체방크에 2137억원의 부실채권을 팔아치운데 이어 올 6월에는 성업공사에 175억원을 매각하는 등 총 37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함으로써 한솔금고를 우량금고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한솔CSN 김홍식 대표는 삼성에서 신규사업과 조사업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략가로 각종 신규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회사의 성공과 더불어 업계에서는 ‘미스터 전자상거래’로 불리기도 한다.

인간관계가 매우 두텁다는 것이 장점.술이 약한 김대표는 한솔제지 전주공장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스포츠와 등산동호회 등 사내 동호회란 동호회에는 모두 참가했고 한 달에 한 번씩은 아랫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을 대했다.

김대표는 “이같은 노력 덕분에 경영신조이자 한솔CSN의 기업문화인 정(情)·기(氣)·신(神)을 얻었다”며 “정이 많고 분위기에 약하며 재미있으면서도 신나게 일하는 우리 나라 사람의 특성에 맞춰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제일제당과 삼성중공업을 거쳐 82년 한솔제지로 온 차동천 한솔제지 대표는 20년 동안 제지 공장장과 영업본부장 등 핵심요직을 두루 맡은 제지통.최근에는 장흥·대전·청주공장을 다니며 느낀 바를 임직원들에게 전하고 대리점 모임에 나가 유통선진화에 대한 논의도 벌이는 등 현장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솔파텍 이봉훈 대표이사도 제지에서 인사관리를 오래 담당했고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거쳤다.이대표는 최근 운전기사와 비서를 일반직으로 바꾼 후 직접 차를 몰면서비용절감에 앞장서고 있다.특히 현장경영을 위해 월∼수요일까지는 천안공장으로 출근, 전 사원의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솔포렘의 문주호 대표이사 역시 제지 영업본부장과 특수지 생산업체인 한솔파텍 대표이사를 거친 제조업 출신.

한솔창투의 이종윤 대표는 선경증권의 기획 및 국제 영업담당과 한솔금고에서 기획담당 전무를 거쳐 최근 창투사 대표로 내정된 상태고 한솔캐피탈의 한상국 대표는 증권감독원 출신으로 파텍 대표이사를 거쳐 캐피탈을 맡고 있다.

또 한솔전자의 전대진 대표는 삼성항공에서 관리본부장을 지낸 역시 이분야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한솔텔레컴 유화석 대표는 삼성SDS 출신으로 SDS의 대소 전략사업을 실무주도한 이분야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이밖에 한솔개발의 김근무 대표는 제지 전주공장장과 경영지원본부장, 그룹 경영기획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개발을 맡고 있으며 강부건 한솔건설 대표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등에서 건설업무를 수행해온 건설통이다.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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