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테러 전쟁 돌입] 기업도 전시체제 “현금 챙겨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7 06:46

수정 2014.11.07 12:39


삼성·LG·SK 등 주요 그룹들이 올 하반기와 내년 경영계획의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은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로 하반기 환율과 국제 유가 등 기업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미국의 경기회복 전망이 이번 사태로 더욱 불투명해진 데다 유가와 환율 불안이 가시화되자 애초 마련한 기본 사업계획 외에 경영환경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2∼3개의 대안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각 계열사에 내려보낸 내년 경영지침을 통해 올해 내부 유보액의 80%까지 투자하도록 했던 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년에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토록 지시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이번 사태로 내년 경영계획을 전면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이미 수차례 투자 규모를 수정한 계열사들도 추가 투자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환율·유가 등 당초 예상했던 사업계획 지표 전망치가 불확실해져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급랭으로 인해 반도체와 PC분야의 연말연시 특수가 예년같지 않을 것으로 보고 보수적 경영기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LG 역시 환율과 국제 유가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 각 계열사에 수출대금으로 유입된 달러화의 매각규모와 매각시점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긴축경영체제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또 국제 금융시장 혼란, 석유 등 원자재 수급상황과 가격 상승에 대비한 비상 경영계획안 마련에 들어갔다.

LG 관계자는 “내년에도 내실을 강조하고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시스템을 유지하되 향후 경영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에 좀더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경영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각 사업본부별로 제출한 내년 사업계획을 종합,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에 따라 마련한 여러개의 경영계획안을 실무선에서 검토중이다.이 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의 경우 미국 경기가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국 경기전망에 따라 내년 경영계획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유럽지역과 브라질·러시아 시장에 대한 휴대폰 단말기와 디지털 제품 수출을 확대, 미국시장 위축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막는다는 방침이다.LG상사는 수출시장인 중동지역의 바이어 이탈을 막기 위해 이들과 함께 발주 프로젝트 일정을 점검하는 등 사업 차질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SK도 이번 사태가 주력인 SK㈜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인 경영계획 수립보다 경영환경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계획을 짜기로 했다.SK 관계자는 “기존 경영계획에 의존하기보다 발빠른 대응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음달 초 유럽지역에서 발행할 예정인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 발행을 계획대로 강행할 예정이다.현대차는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 최대 시장인 미국 자동차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이 경우 사업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 dohoon@fnnews.com 이도훈 김수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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