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명절때만 법석떠는 ‘체불임금’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8 06:46

수정 2014.11.07 12:39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재난 재해예방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고 1563억원에 달하는 체불임금 청산을 집중지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편안하고 명랑한 추석보내기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추석물가 안정책으로는 명절 성수품 공급을 평시보다 최고 2.6배까지 늘리기로 했다.

체불임금이 청산되고 명절 성수품 가격이 안정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거기다가 재난 재해예방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된다면 ‘명랑한 추석보내기’는 금상첨화가 된다. 해마다 추석, 설날 등 명절만 되면 정부가 연례행사처럼 ‘종합대책’을 내 놓는 것은 시민생활에 차지하는 명절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해마다 내놓는 ‘종합대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있게 집행되었느냐는 데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체불임금 청산이 명절 종합대책에 포함된다는 점이다.밀린 임금을 받아 명절을 쇠는 데 도움을 주자는 ‘따뜻한 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에게는 명절이 아니라 그날 그날 생활이 더 큰 고통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따라서 정부의 지도로 체불임금이 청산될 수 있다면 명절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항시적으로 ‘집중 지도’를 하는 것이 옳다.올 체불임금은 9월 17일 현재 1583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전국 1130개 업소 4만2000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제때에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 체불이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것이라면 명절 종합대책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 체불임금 역시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것이다.그런데도 명절이 눈앞에 다가와서야 노동관서의 집중지도로 청산을 독려하는 것은 명절 종합대책이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통계청이 발표한 8월의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기대지수가 두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또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중소기업 체감경기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동향은 임금체불 현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체불임금 해소 대책 역시 명절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가동되어야 마땅하다.
체불임금과 같은 서민생활 대책을 정부의 생색내기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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