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선물·옵션

[개별주식 선물·옵션 도입]증시 새 헤지수단·타자대상 제공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9 06:47

수정 2014.11.07 12:39


정부가 오는 2004년 이후에나 도입키로 했던 개별주식에 대한 선물·옵션상품을 내년 1월부터 도입키로 한 것은 홍콩이 당장 10월4일부터 우리 주식을 기본상품으로 하는 개별주식 선물·옵션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단 개별주식 선물·옵션의 상장은 홍콩시장으로의 투자자 이탈과 불공정거래의 여지를 미리 막고 우리 증시에 새로운 헤지수단과 투자대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홍콩에 앞서 상장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사실 증권거래소는 국내 개별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을 이미 2년 전에 개발,정부에 상품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3년 말까지 모든 선물·옵션 상품을 부산의 한국선물거래소로 넘겨주기로 한 것이 걸림돌이 돼 상품 승인을 미뤄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 거래소가 맡고 있는 코스피200 선물·옵션 상품도 오는 2004년부터 부산으로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거래소에 새로운 상품승인을 해주는 것은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간 마찰 소지만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오는 2004년부터나 개별주식에 대한 선물·옵션 상품을 허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행정편의주의적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부산지역 경제를 배려하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부산선물거래소 유치’라는 대선공약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적 배려가 행정편의주의를 낳은 셈이다.

◇왜 갑자기 내년도입 방침을 세웠나=홍콩 증권거래소는 오는 10월4일부터 한전,한통,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5개 기업의 주식을 대상으로 개별주식 선물·옵션 상품을 상장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8월 말 전격 발표했다. 허를 찔린 우리 당국이 황급히 ‘2002년 1월 개별주식 선물·옵션 허용’이라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서둘러 시장을 열기로 한 것은 우리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주식을 근간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홍콩시장에서 대량 거래될 경우 홍콩 증시가 우리 증시를 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에서 가격을 올려놓고 현물시장 가격이 오를 경우 팔아치우고 나가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홍콩이 상장대상으로 삼고 있는 주식은 한국전력,한국통신,삼성전자,SKT,국민은행 등 5개로 시가비중이 40%나 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는 한국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관련 파생상품시장을 홍콩에 내주지 않기 위해 관련상품의 국내상장시기를 계획보다 앞당긴 것이다.

임종룡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상장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놓아둘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석된다.

◇상장품목과 대상주식=개별주식 선물·옵션은 상장사와 코스닥 등록 법인 모두에 대해 추진되고 있다. 일단 상장 주식의 선물·옵션은 증권거래소가,코스닥 개별주식의 선물·옵션은 선물거래소가 개발해 상장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증권회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어 큰 차이점은 없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유동성이 크고 주식분산이 잘돼 불공정거래행위의 가능성이 낮은 종목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의 경우 한국전력,한국통신,삼성전자,SKT,국민은행을 포함해 10여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거래되고 있는 국내 주가지수옵션은 하루 거래량이 200만∼400만계약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주가지수 선물 거래도 하루 평균 11만계약으로 3위 규모에 이르는 등 국내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성이 큰 선물·옵션거래를 매우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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