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출 이대로는 안된다] 지상 전문가 대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19 06:47

수정 2014.11.07 12:38


파이낸셜뉴스가 기획, 14회에 걸쳐 보도한 ‘수출,이대로는 안된다’ 시리즈는 수출시장에 대한 정부와 업계, 국민들의 관심과 마인드 제고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시리즈 연재 도중 미국테러사태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경제 및 수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15회는 수출시장의 현안과 대안을 모색하는 ‘지상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이번 지상 전문가대담에는 김칠두 산자부 무역투자실실장, 홍기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진흥본부장, 홍순영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상무가 참석했다.

―최근 수출부진의 원인은.

▲김칠두 실장=미국·일본 경기침체 지속, 특히 정보기술(IT) 수요 위축으로 주력상품인 반도체·컴퓨터의 수출부진이 심화됐다. 경쟁국들도 최근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


▲홍기화 본부장=미국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연합(EU) 경제의 부진,개도국 시장의 동반 침체, 반도체 단가 하락,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증가도 원인이 됐다.

▲홍순영 상무=2차 원인은 일부 국가 및 품목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 등 우리 수출구조의 취약성이다. 이로 인해 1등 상품은 줄고 중저가 제품은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가격경쟁력에, 고가품은 선진국과의 품질경쟁력에 밀리고 있다.

―최근 수출부진이 외부요인 탓이라 섣부른 대책 제시는 잘못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김실장=수출은 부진하지만 수출물량은 증가했고 중소벤처기업 수출도 증가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높은 수출 비중을 감안할 때 수출부진 장기화는 경제에 부담이 된다. 더구나 미국 테러사태로 세계 불황의 장기화 조짐도 보여 수출부진 타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홍상무=수출 다변화 실패, 1등상품 감소 등도 원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고 정보통신·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 수출구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실장=우리는 무역 규모로 세계 13위 무역강국이지만 기술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우리 상품의 기술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며 부품·소재나 자본재 부문의 높은 수입의존도도 개선돼야 한다.

―최근 뉴욕 테러사태는 통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홍본부장=미국 테러사태는 투자 및 소비심리의 급격한 위축에 따른 주가폭락과 외국계 투자자본의 급격한 대외 이탈 등으로 미국의 급격한 수입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배송 지연, 바이어들의 구매 연기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미국보다는 중동시장에 대한 수출대책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과거의 수출드라이브 및 수출 우선정책이 퇴색되고 금융정책이 우선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실장=그렇지 않다. IMF 이후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기업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정책 무게가 실린 것은 사실이나 수출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수출지원정책을 펼 수 없게 된 것이 불러온 오해다.

▲홍본부장=금융분야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견제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자각은 IMF를 겪으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한 일방적 구조조정은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면에는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정부 수출정책이 말 그대로 ‘정책’에 머물러 종사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 대책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실장=정부는 수출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올들어 30여회 수출지원대책회의 및 지역 수출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종합상사에 대한 계열부채비율 적용 제외 등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하반기에도 추가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수출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의 수출마인드를 제고하고 수출기업을 격려하자는 의도였다. 이번 기획시리즈가 기획의도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는가.

▲김실장=수출이 수개월째 감소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각 부문별로 심층적인 현황 진단을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수출 해법에 대한 입체적 시각으로 잘 반영됐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에 제기된 내용들을 향후 정책 마련에 적극 참고할 것으며 앞으로도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한다.

▲홍상무=수출구조의 문제점을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어 매우 유익했다. 특히 우리 수출이 반도체 등 10대 상품에 치중되고 미국·일본 등 특정 국가에 한정돼 있는 구조적 취약성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아쉬운 점은 중소·벤처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출활성화를 위해 정부·기업·수출진흥기관들은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나.

▲홍본부장=정부는 규제를 최대한 줄이고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에 귀기울이며 기업은 지속적 구조조정 노력과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수출진흥기관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활용한 중소기업 수출확대 등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또 산업과 통상 부문을 분리·운영하는 현정부의 조직 체제를 과거처럼 하나로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칠레·일본·중남미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왜 필요한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홍본부장=세계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급속히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면서도 한편으로는 FTA로 지역경제블록을 강화하고 있다.
FTA는 회원국 간에만 차별적이고 호혜적 무역정책을 적용하는 것으로 역외국가에는 차별적 조치가 돼 가입하지 않으면 실(失)이 된다.

▲홍상무=칠레·중남미의 경우 우리가 공산품을 수출하고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등 경제적 이익이 있을 것이나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일본과의 경우는 자본재산업 등이 크게 뒤떨어지고 있어 가공조립형 업종의 피해 및 부품·소재 품목 수입증가 등이 우려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며 이에 앞서 국민적 합의 도출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 jerry@fnnews.com 김종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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