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콜금리인하 부작용 조짐]실물경제 지원 실패·국채시장만 과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0 06:47

수정 2014.11.07 12:37


한국은행이 19일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 또다시 국채시장만 과열되는 부작용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의 금리 인하가 정책효과는 전혀 못내고 투기적 채권매수세력에 이익만 안겨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콜금리 인하에 따른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는 한편 금융채 발행 금리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하락, 채권가격은 급등=콜금리 전격인하가 단행된 19일 주식시장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1.8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으나 채권시장에서는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이 전일대비 0.23%포인트 하락하는 채권강세장을 나타냈다.

이미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던 각 금융기관의 채권딜러들은 한은이 0.5%포인트라는 사상 최대폭의 콜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환호하는 분위기 속에 채권매수세로 하루를 일관했다.

20일 들어 지표금리는 전일대비 소폭 오르는 조정장세를 보였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이같은 현상은 주식시장 부양 등 실물지원을 위해 전격 단행한 금리 인하가 의도한 효과를 못내고 또다시 국채시장 과열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권과 채권투기세력 사이에 통화정책 실종=재정경제부는 이같은 국채만의 강세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채 추가 발행을 검토중이나 이는 오히려 마음놓고 국채를 매집할 수 있는 역효과를 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정한영 박사는 “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덮어놓고 따라서 금리를 낮추기보다 우리 시장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를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박사는 “시장불안이 남아있어 안전자산만 투자하려는 현상이 강한 상태에서 국채만의 과열 장세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번 콜금리 전격 인하 과정에서 정치권이 금리 인하 분위기를 띄운 후 채권시장에서는 이에 편승한 투기 세력이 나타나는 등 통화당국인 한은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무시되는 현상까지 드러났다.

◇은행권 예금금리만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엔 인색=콜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20일 예금금리를 0.4∼1.0%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우대대출금리 인하를 통한 기존 대출 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기존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오는 10월4일로 총액한도대출제도 상의 기존 대출금리도 인하할 계획이나 아직 은행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콜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채 발행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산업금융채권 1년물 2000억원어치를 4.53%의 금리에 발행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콜금리 인하 직전인 지난 18일 발행한 산금채 1년물의 발행금리는 4.97%였다.산금채 발행금리가 2일 동안 0.44%포인트나 떨어져 콜금리 인하 폭이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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