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우차 매각-의미와 전망]경제 최대환부 도려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1 06:47

수정 2014.11.07 12:36


1년 넘게 우리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대우자동차가 드디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드가 인수 포기를 선언한지 꼭 1년6일만의 일이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이 제거된 것일 뿐만 아니라 기업부문 구조조정에도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매각의 핵심사안으로 매달려온 부평공장은 일단 GM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돼 ‘절반의 협상성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해 포드가 MOU를 체결하고도 이를 파기한 전례가 있어 대우차 매각이 완전 타결됐다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MOU에 어떤 내용 담겨있나=대우차의 매각대금은 자산인수대금 12억달러와 부채인수분 8억달러를 포함해 모두 20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포드사가 제시한 인수대금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기업가치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헐값 시비는 크게 일어날 것 같지 않다.

MOU에 따르면 인수자인 GM은 4억달러의 현금을 출자해 1억9700만달러를 출자하는 채권단과 함께 신설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지분구조가 67대33이 되는 셈이다.

채권단은 대우차의 자산을 신설법인에 이전하는 대가로,신설법인이 발행하는 12억달러의 우선주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우선주는 만기가 15년이나 되는데다 액면가 이하로 발행돼 채권단이 중도에 매각하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신설법인은 또 대우차 해외법인의 부채 3억2400만달러와 5억1000만달러의 정상 영업부채를 인수한다.

이같은 신설법인의 자금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채권단은 20억달러 한도의 장기 운영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또 창원과 군산공장을 우선 인수하고 부평공장에 대해선 계속 가동은 하되 향후 신설법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에만 인수키로 했다.

◇협상결과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최대 관심사였던 부평공장이 GM의 우선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협상결과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10억달러의 ‘낮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부평공장을 일괄매각 대상에 포함시키는데 주력해 왔으나 경쟁력 있는 다른 공장에 끼워파는데 일단 실패한 것이다.

GM의 루디 슐레이스 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은 21일 부평공장에 대해 “그곳에 일자리가 있고 직원이 있다는 점을 중시한다”고 밝혀 고용승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로버트 레거트 GM 연락담당 이사는 “부평공장이 GM의 아시아 지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전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앨런 페리튼 GM 이사는 “결론적으로는 현 시점에서 확실한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원론을 반복했다.

매각이 타결된 현 시점에서 부평공장은 여전히 GM에는 남의 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시설이 노후화된 부평공장의 경우 2∼3년 후에는 주인이 바뀐 대우차가 사실상 손을 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엔 정말 팔리나=슐레이스 사장은 “그동안 GM이 어디에 있었으며 또 오늘 현재 어디에 와 있는가를 주목해달라”며 GM의 대우차 인수 의지가 과거 포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중점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이성근 이사는 “지난해 포드의 경우 입찰계약서만 제출하고 채권단과는 일체 합의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6개월 실사와 3개월 협상을 거친 것”이라며 “따라서 일종의 가계약으로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포드사는 대우차의 부실이 갈수록 드러나는데다 인수 과정에서 파이어스톤 타이어 문제가 불거져 갑자기 유동성이 악화돼 대우차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최대 환부 제거=지난해 잘나가던 우리 경제가 추석 연휴직후 곤두박질친 것은 지난해 9월15일 포드가 일방적으로 대우차 인수포기를 선언한 때문이다.

이후 대우차 문제는 구조조정의 핵심 과제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최대 환부로 남아있었다.
21일 대우차 채권단과 GM이 대우차 매각에 관한 MOU를 체결한 것은 이같은 환부를 도려낸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 kschang@fnnews.com 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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