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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종합적인 정책 시급하다


지난 11일 일어난 미국의 테러사태가 2주일이 지나면서 전세계에 미칠 정치·경제적 여파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테러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응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테러응징을 위한 실행에 돌입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내외의 경제여건은 시기에 대한 불확실한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회복의 시기는 물론 회복에 대한 기대감마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회복의 노력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국제정세라는 변수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새롭게 변화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 신중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어떤 경로를 밟게 되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경제의 충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향 조정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단기간의 전쟁개입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방위산업의 특수를 가져와 경기부양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와의 장기전을 선언한 미국의 태도로 볼 때, 과거 3차 중동전쟁이나 걸프전과 같이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장기적 불황을 가져올 가능성마저 있다. 비록 군사적 행동 자체는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국제정세의 불안이 지속된다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부정적이다. 당장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와 미국은 1800억달러에 이르는 재원을 동원해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경제의 위축은 비단 우리 국내경제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 경제 전체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국내의 경제상황은 증시하락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당장 보이고 있지는 않다. 비록 아직까지는 우리의 수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을지는 모르나 미국 달러가 하락하고 원유가가 상승하면 우리의 수출경쟁력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다. 소비·투자심리의 불안과 더불어 물가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재발마저도 염려되고 있다. 그러나 테러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는 연일 대책을 논의하면서도 현 사태에 미칠 영향과 범위, 대책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내용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주가폭락에 놀라 증시관련펀드의 조성을 검토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과거의 구태의연한 단기적 증시안정책에 안주하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검토수준에서 구체화되지 않는 조처가 갖는 한계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외부적 충격에 휩싸인 증시를 떠받치는 데는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는 본질적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정책과 대처가 필요할 것인가. 우선 경제적 여건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유지해온 기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 이전 우리 경제가 당면했던 문제인 외부여건의 변화로 인한 경기회복의 지연, 미흡한 구조조정의 문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의 해소문제 등에 이번 사태로 인해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번 테러사태와 그 후유증으로 인해 경기불안에 대한 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의 국제적 상황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방향으로 전개될 여지도 없지 않기 때문에 경제의 커다란 기조는 유지하면서 테러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모든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만약의 경우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틀 안에서 경기침체로 인한 실물경제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적절한 시행의 시기가 논의돼야 하나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우차의 매각협상이 진전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정부는 국내적 경제불안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 꾸준히 힘을 모아야 한다. 금융시장의 불안 해소를 위해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는 시장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개방화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금융거래에 대한 사후감독기능을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기업의 부실문제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상황에 맞지 않는 기업의 규제를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국내외 기업의 원활한 투자에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논의차원에 머물렀던 범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책도 이번 기회에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