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GM시대 개막] 국내업체의 대응전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5 06:48

수정 2014.11.07 12:34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옛 대우차의 실지(失地) 회복’을 선언한 GM이 포문을 연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품질과 시장기반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GM의 ‘창’과 현대·기아차의 ‘방패’가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일대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정실관계에 얽매였던 완성차 업체와의 연결고리는 이제 철저히 가격·품질에 의한 글로벌 구매에 나서야만 생존할 수 있다. 부품업계는 벌써부터 대규모 이합집산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구조조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4개월이 마지노선=지난 99년 8월 대우차의 워크아웃 이후 현대차는 기술·내수·수출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독주체제를 구가해왔다. 판매대수, 매출액, 순이익에서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으며 내수시장 점유율은 무려 76.4%에 육박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좋은 시절’은 이제 길어야 24개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GM은 대우차 인수 이후 첨단기술과 마케팅 기법, 금융상품 등으로 현재 13%인 시장점유율을 내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내수 판매의 23%에 해당하는 24만여대를 GM에 빼앗기게 된다.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현재 84% 수준인 공장가동률도 75%로 떨어진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구조조정 압력도 뒤따르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GM의 국내 진출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동차 업체간 시장점유율과 구도는 앞으로 2∼3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대와 대우의 기술격차가 큰 데다 스포츠레저용차량(SUV)과 디젤차량이 대우차에 없기 때문이다. 또 GM이 인수하는 군산과 창원공장의 생산 차종도 현대·기아차와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차와 중소형차에 국한돼 있다. 통상 신차종 개발에 24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와 기아는 이 기간만큼은 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현대차에 주어진 여유는 2년밖에 안된다는 말이다.

국산차의 기술력이나 성능, 품질이 세계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승부는 고객의 이해와 욕구를 누가 더 충족시킬 수 있느냐로 귀결될 전망이다.

김소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장은 “GM은 현대·기아차가 소홀히 했던 리스나 중고차 매매시스템, AS시스템 등을 적극 파고들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는 딜러제 등 고객 밀착마케팅 및 고도화된 금융기법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훈 동원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신차개발과 생산시스템, 판매 등 각 단계별 공정도 철저히 GM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기법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며 “특히 부품업계와의 관계도 품질과 가격만을 고려해 구매하는 해외 선진업체들처럼 경쟁입찰과 글로벌 아웃소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품업계 명암 교차=GM의 대우차 인수는 부품업체에 ‘희망’과 함께 ‘위기감’도 고조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부품업계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르노가 닛산을 인수한 후 글로벌 구매를 하면서 닛산과 수십년 계열관계를 유지했던 부품업체들이 무더기로 도태했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GM은 기존 자동차회사들과의 납품관계를 따지지 않고 가격품질만을 고려해 구매하는 관행에 따라 신규차종에 들어갈 부품에 대해선 단품(낱개) 하나라도 전세계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할 것이 분명하다.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은 GM의 해외공장까지 납품할 기회를 얻겠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세업체들은 거래선마저 끊길 수 있는 대목이다.

대우차 협력업체들은 GM납품에 필요한 독자적인 디자인 능력과 고가의 품질 보증설비 등을 사기 위해 통·폐합 등을 통한 대형화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대·기아차 납품업체들은 GM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GM 납품이나 수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납품업체들로부터 GM의 구매정책과 인증시스템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의 상당 물량을 가져간 만큼 대우차 군산·창원공장 인근에 부품공장을 건설할 부지를 물색하는 등 GM으로 줄대기가 한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GM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기존 거래관행보다는 경쟁력과 납품단가 인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부품업체들은 품질,가격,디자인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통·폐합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kubsiwoo@fnnews.com 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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