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이용호 게이트]“금감원 스스로 꼬리 내린거 아니냐”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5 06:48

수정 2014.11.07 12:34


G&G그룹 회장 이용호씨가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금융기관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특히 금감원은 이씨의 시세조종사건을 조사하면서 통상적으로 하게 되는 자금추적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당국이 이씨 사건을 소홀히 취급하게 된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또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이씨의 불법행위에 금감원은 사실상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금감원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자금추적 과정에서 검찰이나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이 사건에 개입됐음을 감지하고 스스로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꼬리를 무는 불법행위=이씨는 지난 1일 구속되기 직전 자신이 실질 소유주인 G&G구조조정전문이라는 회사의 보유주식을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에 불법매각, 275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이씨는 G&G구조조정전문이 보유하던 스마텔 주식 1000만주를 주당 1750원에 275억원을 받고 계열사에 넘겨 관련 법규를 어겼다.

이씨는 또 지난 3월과 5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를 사실상 서류상의 회사인 A&D 반도체에 넘기는 수법으로 7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이 회사는 인수한 신주를 매각한 뒤 이씨의 계열사인 인터피온에 흡수합병돼 이 자금의 행방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처럼 최근까지 밝혀진 이씨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일반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는데도 당시 절차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씨의 집요한 로비=이씨는 지난 7월 자신과 관련된 금감원의 조사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게 접근하려 했다.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이씨의 주변 정황을 고려해서 만나지 않았지만 로비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또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전방위로비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KGI증권과 산업은행을 포함해 10여개 금융기관이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과 유통과정에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에 대해서도 사전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지난 99년중 이씨의 계열사가 국민은행에서도 60억원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소문으로만 돌던 여의도 금융기관 대상 이씨의 로비행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특히 이씨는 금감원 내 자신의 출신고교 동창들과도 교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쉬쉬하는 조사과정=금감원은 지난해 이씨의 불공정거래행위 관련 사건을 검찰통보한 데 이어 올해에도 3건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씨 관련 주가조작 행위가 수시로 적발되고 있었는데도 금감원은 삼애인더스 등의 주가조작 조사 과정에서 자금추적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또 삼애인더스건 등을 증권거래소에서 통보받은 지 3∼4개월이 지난 7월에야 조사를 시작한 데 대해서도 사건 적체가 심해서 지연됐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금감원 자금추적 과정에서 의외의 인물, 즉 정·관계 고위인사 또는 검찰 친인척이 개입된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자금추적을 중단했다는 익명성 제보까지 나돌고 있어 이의 진위여부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같은 제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어쨌든 금감원은 이씨와 관련, 업무규정을 이용해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선에서 업무를 처리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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