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자력 발전] “폭탄 실은 전투기 충돌해도 끄떡없죠”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6 06:49

수정 2014.11.07 12:33


이윤영 두산중공업 원자력 사업 총괄 상무 인터뷰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가능성이요? 자동차 사고 가능성보다 1000배 이상 낮습니다. 전투기가 폭탄을 가득 싣고 와서 충돌해도 끄떡없죠. 원자력 발전소 안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쪼이는 방사선량은 엑스레이 사진 한번 찍는 양보다 적습니다.”

원자력의 안전성부터 꺼내든 기자의 질문에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윤영 상무는 이렇게 받아쳤다.

지난 10년간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사업부문을 맡아 키워온 이윤영 상무. 그는 안전성과 경제성, 환경친화력면에서 원자력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일감 걱정은 없다는 그에게서 우리 원자력 사업의 예민한 부분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상무와의 일문일답.

―최근 미국 테러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안심해도 좋다.
원자로는 5중의 보호장치가 돼있다. 폭탄을 실은 항공기 테러는 물론 지진이나 태풍,해일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오조작, 오동작, 의도적인 오작동까지 방지하도록 자기진단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다만 보잉747 여객기가 항공유를 가득 싣고 충돌할 경우 어떻게 될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중이다.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침체돼 있는 걸로 아는데.

▲북미,유럽 지역은 원전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원전의 대체용과 차세대 원자력 발전의 발주 등이 예상된다. 특히 독일은 원전제거를 공약한 녹색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지난해 수명이 다한 원전 한곳이 폐쇄됐다. 그러나 중국,동남아,극동지역 등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신증설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꼭 원자력 발전이어야 하나.

▲수력과 화력, 태양열과 풍력과 같은 자연에너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원자력만한 에너지기 없다. 수력은 캐나다와 같은 곳은 좋지만 우리나라에선 솔루션이 될 수 없다. 수자원이 풍부해야 하고 일정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화력은 가스터빈 발전과 석탄화력이 있다. 가스터빈 발전은 매우 비싸다. 석탄화력발전은 저렴하지만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문제가 있다. 온실가스 문제는 세계적인 핫이슈다. 태양열과 풍력은 용량이 너무 작고 지리적·지형적 조건의 제한으로 아직 실용단계가 아니다. 사용중인 곳에서 이미 실패한 솔루션으로 낙인찍혀 있기도 하다. 양질의 대규모 전력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뿐이다. 또 공해가 전혀 없는 청정에너지다.

―원자력발전의 기술 자립도는.

▲원자로 설비 주기기 제작기술은 100% 확보했다. 원자로 내장품과 핵연료 제어봉 구동장치도 100% 국산화했다. 다만 원자로 냉각재 펌프와 전기계장 설비는 국내 수요에 비해 개발 비용이 과다해 국산화가 늦어지고 있다. 전기계장 설비는 품목별 국산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중이다. 현재 전체 국산화율은 설계기술이 91%, 제작기술은 65%다.

―수출가능성은.

▲현재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원전을 건설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중국은 20개 이상 지어야 하지만 자본과 함께 들여올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정체상태에 있다. 동남아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수출가능 1위 후보국들이다. 또 우리의 마케팅이 먹혀들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미국이 제지하고 있고 돈이 없어 문제다. 인도,파키스탄,일본이 원전건설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시장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새로운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지역 등에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으면서 ‘신에너지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다. 한시적으로 원전건설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본다. 새로 건설한다면 그 수가 20개 정도에 달할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 첫 원전 건설을 시작할 수도 있다. 현재 증기발생기는 중국,미국 등으로 수출한 바 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지난 20년간 원전건설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원전 건설회사가 모두 사라졌고 인력양성도 없었다. 기존의 기술인력은 이미 고령화돼 있다. 스스로 원전을 건설할 능력이 없다고 보면 된다. 현재 미국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는 프랑스와 일본, 한국뿐이다. 기업체로는 프랑스 프라마톤, 일본 미쓰비시, 그리고 두산중공업 세곳이 경합을 벌일 것이다. 우리는 기술력은 충분하나 제작 용량이 적은 것이 문제다.

―해결과제가 있다면.

▲최근 해외 원전산업은 규모의 경제 달성과 효율화를 위해 계통설계에서 핵연료공급, 보수분야까지 수직통합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통기술, 기기설계·제작, 핵연료 공급주체가 분산돼 있다. 때문에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가 어렵고 프로젝트 수행결과의 피드백이 부족하다.
국내 원전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관련산업의 수직통합과 안정된 물량확보가 필수적이다.

/임정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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