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분석과 전망]상품대신 ‘여행객 수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7 06:49

수정 2014.11.07 12:32


한국은행이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마침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인 경상수지가 지난 8월중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한은은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이 급증한데다 상품수지까지 격감,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이 2개월 연속 전년동월 대비 20% 이상 감소하는 추세 속에 월간 경상수지 적자는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여기에 이달들어서는 미국 테러사태의 직격탄까지 맞아 적자행진 지속도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변하기 보다는 경상수지의 적자지속을 막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신인도 문제=한은은 경제가 지금보다는 잘 나가던 지난해 10월에 이미 보고서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전환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지속돼 적자로 돌아설 경우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자본이 이탈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해진다’고 지적했다. 대외여건이 급속히 악화돼 해외자본이 안전자산만 찾는 상태에서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낸다면 국가 신인도에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보고서를 내던 당시만 해도 수입과열에 의한 적자를 걱정할 정도로 우리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할 때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경기가 침체돼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현실화된 것이다. 경제성장의 필요악으로 간주되던 경상수지 적자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적자,과연 기조화될 것인가=8월 경상수지는 적자를 냈지만 9월엔 일단 흑자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5일까지 잠정집계된 무역수지는 8월보다는 적자폭이 5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국장은 따라서 “월말 최종집계로는 무역수지 흑자가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또 여행수지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국장은 여행수지 개선을 전망하는데 대해 휴가철이 지난데다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해외여행이 대폭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국장은 그러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당초 예상했던 130억달러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한은의 9월전망은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수출이 격감,9월흑자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의 추세로는 올해 안에 경상수지가 적자기조를 나타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한 두달의 흑자나 적자여부보다는 올들어 지속되는 수출감소세가 더 문제다. 올들어 수출실적은 2월을 제외하고 매월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적자를 초래한 요인들=수출부진에 따른 상품수지 악화 외에도 8월 경상수지를 깎아먹은 요인으로는 해외 여행과 로열티 지급,해외 송금 등이 지적되고 있다.


여행수지는 휴가철 해외여행 급증으로 여행지급 금액이 사상최대인 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8000만달러 악화됐다. 로열티 항목이 포함되는 기타 서비스 수지는 적자폭이 1억7000만달러 늘어난 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해외 송금이 자유화되면서 경상이전 수지도 1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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