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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5조 의미]불황 예상보다 심각…내수부양 총력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7 06:49

수정 2014.11.07 12:32


정부가 2차 추경예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해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강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채까지 발행해 재정적자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권 논란이 불가피해 향후 조율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부처내에서도 추경확대를 추진중인 재정경제부와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이 강한 기획예산처간에 일사불란한 의견통일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일단 5조원의 추경안을 제시한 뒤 칼자루를 쥔 야당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2차 추경 확대편성 배경=재경부는 ‘9·11 테러사태’와 이에 따른 전쟁위기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3·4분기에 0.5%로 추락하고 4·4분기에도 3% 안팎에 그쳐 연간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목표로 잡았던 4%대 성장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향후 정책운용의 방향을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내수시장 활성화 등 2가지로 압축하고 재정을 동원한 내수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수출과 투자는 아무리 늘리려 해도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를 살려 성장률 추락을 만회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5조원의 1차 추경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2차 추경이 불가피하고, 그 규모도 5조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2조원대 ‘경정예산’으로는 부족하다=재경부는 당초 2차 추경규모를 2조원으로 잡았다. 이 경우 기존 예산안에서 염출이 가능해 국채발행 등 추가로 나랏빚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올해 ▲국채 이자로 금리 8%에 2조440억원 ▲우체국 예금 등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지원받은 예탁금의 이자로 금리 9.5%에 3조3255억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리하락 덕분에 지급금리가 평균 6.5%내외로 떨어져 ▲국채이자에서 4000억원 ▲예탁금 이자에서 1조원 등 총 1조4000억원 가량의 여유자금을 쥘 수 있게 됐다. 재경부는 이를 포함해 조금만 더 샅샅이 불용액을 찾아내면 2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이를 재원으로 2차 추경을 짤 경우 엄밀히 말해 기존예산을 증액하는 ‘추가경정예산’이 아니라 기존예산 범위안에서 지출항목을 바꾸는 ‘경정예산’이 된다.

문제는 이자불용액중 1조원이 예산전용 제한이 많은 재정특별회계 쪽에서 나와 이를 경기진작용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경부가 3조원의 국채발행을 포함한 2차 추경 확대편성을 검토키로 한 것은 이같은 딜레마까지 감안한 것이다.

◇5조원대 2차 추경 관철될까=5조원의 2차 추경이 관철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내년부터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공적자금 상환만기 등 빠듯한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국채 추가발행을 통해 나랏빚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2차 추경을 짜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2003년부터 균형재정을 짜겠다는 약속 또한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하지만 재경부는 “균형재정이란 무조건 매년 재정수지를 맞추는 게 아니라 경기가 나쁠 때 재정을 늘려 경기를 살리고, 경기가 살아나면 빚을 갚는 식으로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재경부는 5조원의 2차 추경안을 강력히 밀고 나가되 여의치 않을 경우 국채 발행 없이 예산불용액 2조원만 전용하는 차선책으로 후퇴하는 ‘2단계 협상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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